●‘꽃’과 ‘깎다’
김남미 홍익대 국어교육과 교수
① 깎아 ② 깍아
맞춤법의 본질을 고민하는 우리에게는 아주 의미 있다.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 더 쉬운 문제를 풀어보자. ‘꽃’은 왜 ‘꽃’이라고 적어야 하는 것일까?
이런 질문은 정말 중요하다. 우리말의 맞춤법은 우리의 발음으로 결정된다. 그동안 거듭 강조했었다. 별도의 맞춤법 원리가 있는 게 아니라 우리가 그렇게 발음하는 것이기에 그렇게 표기한다. 그렇다면 이상하지 않은가? 한국어를 모국어로 하는 우리는 [꽃]이라 발음하지 못한다. [U]으로만 발음할 뿐이다. 그런데 왜 그렇게 적는가?
단어는 혼자 쓰이지 않는다. 뒤에 어떤 것이 오는가에 따라 소리가 달라진다. ‘꽃’이라는 단어가 여러 가지로 소리가 나는 것은 뒤에 오는 소리 때문이다.
꽃+ㅣ -> [꼬치]: 연음규칙
만 -> [꼰만]: 자음동화. 음절의 끝소리 규칙
도 -> [V또]: 된소리되기. 음절의 끝소리 규칙
우리가 ‘꽃’이라고 적는 이유는 ‘꽃’이라고 표기해야 [꼬치, 꼰만, U또/꼬또]를 비로소 설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위 규칙들이 적용돼 우리의 일상 발음이 되는 원래의 것을 거꾸로 찾아내면 ‘꽃’이라는 의미다.
우리들 모두 머릿속에는 사전이 있다. 그 사전 안에는 원래의 모양인 /꽃/이 저장돼 있다. 우리가 일상에서 말할 때 규칙들이 적용돼 [꼬치]나 [꼰만], [U또/꼬또]로 소리 나는 것이다. ‘꽃’이라는 표기는 우리 머릿속에 저장돼 있으리라 여겨지는 그 원래의 모양이다. 우리의 다양한 발음들이 가리키는 방향대로 적은 표기인 것이다.
그러나 정작 놀라야 할 것은 ‘꽃’으로부터 다양한 발음을 이끌어 내는 우리의 능력이다. 한국어를 모국어로 하는 사람은 누구나 이런 규칙을 적용해 발음하는 그 복잡한 일을 순식간에 한다. 우리가 발음하는 원리에서 표기하는 원리가 나온다는 것은 우리의 이런 능력을 이해한다는 의미다.
김남미 홍익대 국어교육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