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는 분이 운영하는 입시 전문 미술학원을 방문한 적이 있다. 커다란 교실마다 벽면에 그림들이 가득 붙어 있었다. 분명 다른 이들이 저마다 그렸을 텐데 그림들은 하나같이 비슷했다. 대학입시를 위한 그림에는 ‘정답’이 있다. 내가 그리고 싶은 대로 그린 그림은 탈락이다.
바야흐로 4차 산업혁명에 대한 논의가 한창이다. 실체가 있나 없나 논란도 많지만 중요한 건 어쨌든 크고 작은 변화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일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4차 산업혁명의 본질은 ‘초연결’과 ‘초지능’이다. 사람을 넘어 사물끼리도 연결되는 세상이다. 사물인터넷이다. 그 연결 속에서 생성되는 데이터가 어마어마하다. 빅데이터다. 그 데이터를 먹고 로봇이 하루가 다르게 똑똑해지고 있다. 인공지능이다. 편집이 불가능했던 오프라인의 우리 삶이 온라인 속의 데이터로 바뀌고 있다. 그렇게 바뀐 데이터를 잘라내고 붙이고 편집해 다시 오프라인 속 삶을 재구성하는 것, 이것이 4차 산업혁명이 우리에게 가져다 준, 그리고 가져다 줄 변화의 핵심이다.
이런 변화 속에 사람들의 일자리가 줄어들 것이라는 경고가 곳곳에서 들려온다. “향후 5년간 719만 개의 일자리가 사라지고 210만 개의 일자리가 새로 생길 것이다.” 2016년 다보스포럼에서 나왔던 얘기다. 하지만 섣부른 기대만큼이나 막연한 두려움도 금물이다. 글로벌 컨설팅업체 맥킨지는 일자리가 사라지는 게 아니라 일의 형태가 달라질 것으로 전망했다. 미국 로봇공학자 한스 모라벡은 ‘인간에게 쉬운 일은 로봇에게 어렵고, 로봇에게 쉬운 일은 인간에게 어렵다’고도 했다.
안병민 열린비즈랩 대표 facebook.com/minopp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