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인상 후폭풍]현대중공업 노사 마찰 무슨 일이
9일 오후 상여금 분할 등을 골자로 하는 2016·2017년 현대중공업 임금과 단체협약(임단협) 잠정 합의안이 조합원 반대로 부결됐다. 1년 7개월 동안 노사가 협상을 벌여 만든 합의안을 조합원들이 거부한 것이다. 투표자 8804명(투표율 89.61%) 가운데 4940명(56.11%)이 반대했다.
현대중공업 노조 관계자는 “상여금 분할과 성과급 수준에 대해 조합원들의 불만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조만간 재교섭에 들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노사가 2018년 임단협 협상이 시작되는 5월까지 새 합의안을 도출하지 못하면 현대중공업은 3년 치 협상을 한꺼번에 해야 하는 초유의 사태를 맞게 된다.
현대중공업 근로자의 2016년 1인당 평균 급여액은 6718만 원이었다. 최저임금과는 무관해 보이는 적지 않은 금액이다. 하지만 상여금 등을 제외하면 다수 근로자가 최저임금 인상의 대상에 포함된다. 노조에 따르면 입사 8년 차까지 최저임금 인상 대상에 포함된다. 회사 관계자는 “상여금과 수당이 실제 급여의 40%가 넘는다. 임금체계를 개편할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
회사는 노조와 줄다리기 끝에 절충안에 합의했다. 상여금 800% 중 300%를 매월 25%씩 나눠 지급하자는 내용이다. 그 대신 매 분기 말에 100%, 설·추석에 50%를 추가로 지급하기로 했었다. 노조 관계자는 “상여금을 나눠 받는 대신 다른 수당을 올려 실수령액은 소폭 인상하기로 합의했다. 하지만 1월 초 언론에 최저임금 산입범위 논란이 시작되면서 상여금 분할에 대한 조합원들의 여론이 악화됐다”고 전했다.
최저임금 산입 범위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현장의 혼란을 키우고 있는 셈이다. 지난해 12월 말 최저임금위원회 전문가 태스크포스(TF)는 제도 개선 최종 권고안에 매달 지급하는 정기상여금을 산입 범위에 포함하는 안을 다수 의견으로 제시했다. 반면 재계는 TF의 권고안이 임단협 과정에서 노사 간에 오히려 갈등을 키울 수 있다며 3개월이든 6개월이든 매년이든 ‘정기적으로’ 지급하는 수당은 모두 최저임금 범위 내로 봐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노조가 반대하면 현대중공업에서처럼 상여금을 매월 나눠 지급하는 게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대한상공회의소와 한국경영자총연합회 등은 “최저임금은 근로자가 실제로 받는 돈인 실질임금을 기준으로 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상여금과 수당을 최저임금 계산에서 빼면 연봉 4000만 원 이상을 받는 근로자도 최저임금 인상 혜택을 받게 돼 결과적으로 임금 격차가 커진다는 논리다.
김현수 kimhs@donga.com·이은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