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코미디 영화 ‘거북이는 의외로 빨리 헤엄친다’(2006년) 이야기다. 어느 마을에 평범한 서민으로 가장한 스파이들이 숨어 산다. 그들 가운데 한 명은 자그마한 라면 가게를 운영한다.
스파이로서 그의 우선과제는 라면을 ‘평범하게’ 만드는 것이었다. 음식이 맛있다고 소문나면 주목을 받을 테고, 그러면 수상쩍은 구석이 드러날 위험이 있으니. 그렇다고 아예 맛없으면 생활 자체가 안 될 수 있다. 어느 정도 손님이 들 만큼 적당히 맛을 유지하는 게 관건. 그는 맛이 있는 것도 아니요 없는 것도 아닌, 그저 그런 라면을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그러길 수십 년. 드디어 스파이의 정체를 드러내야 할 순간이 다가왔다. 그는 마지막으로 라면을 끓인다. 자신의 모든 실력을 쏟아부었다. 동료는 초일류인 그 맛에 경악을 금치 못한다. 그 오랜 세월, 이런 실력을 숨겨야 했을 줄이야. 이런 비극적 희극이라니!
조종엽 기자 jj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