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목! 2018 문화계 샛별]웹툰 ‘이토록 보통의’ 작가 캐롯
아, 입이 간지럽다.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지 못했던 홍길동의 속내가 이럴까. 최근 은근슬쩍 입소문을 타고 있는 다음 웹툰 ‘이토록 보통의’ 작가 캐롯(필명)을 앞에 두고도 신원을 깔 수 없다니. 9일 서울 강남구 한 카페에서 만난 작가는 조심스레 말을 꺼냈다.
실제로 지난해 2월부터 연재를 시작한 ‘이토록 보통의’는 꽤나 묵직하다. 옴니버스 형식으로 에이즈에 걸린 연인이나 로봇과 사랑에 빠지는 인간 등의 소재로 끊임없이 독자에게 질문을 던진다.
“물론 에이즈나 복제인간 같은 설정이 누구나 겪는 평범한 상황은 아니죠. 하지만 ‘사랑이란 무엇일까’라는 질문의 해답을 찾기 위해 극적인 상황을 설정했다고 보면 좋겠습니다. 예를 들어, 상대방이 완전하기에 사랑하게 된 걸까요. 아니면 사랑하니까 완전해 보이는 걸까요. 만화를 통해 함께 답을 찾아보고 싶습니다.”
캐롯 작가가 작업 중인 손그림. 그는 “콘티 없이 미리 그려둔 장면 하나하나를 가위로 자른 뒤 풀로 붙여 배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캐롯 제공
“듣고 싶은 말, 들려주고 싶은 말, 실제로 들었던 말을 만화에 녹이려 노력해요. 웹툰에 나온 내용은 모두 원래 소설로 써뒀던 겁니다. 그림이란 매개체를 통해 글을 쓰고 있는 셈이지요. 그 대신 그림체는 담담하게 갔어요. 자식 잃은 슬픔을 노래했던 정지용 시인의 ‘유리창’처럼, 절제된 표현이 더 처연하잖아요.”
“전 댓글 ‘덕후’예요. 독자들 닉네임도 웬만큼 다 외웁니다. 어떤 분들은 제가 하고 싶었던 얘기를 훨씬 논리정연하게 하세요. 차마 어디서도 못 하던 속 얘길 꺼내시기도 하고요. 올해 단행본이 나올 텐데, 댓글들도 넣자고 출판사에 건의하기도 했습니다. 결국 작품이란 건 독자들과 함께 만든 게 아닐까요.”
조윤경 기자 yuniqu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