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0일(현지 시간) 문재인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적절한 시점과 상황하에서 북한이 대화를 원할 경우 미국은 열려 있다”고 말했다. 이어 백악관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면서 “우리의 (대북 압박) 태도가 없었다면, 남북대화는 절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며 “문 대통령이 우리가 한 일에 감사해했다”고 말했다. 남북대화가 열리는 시점에 북-미대화의 문을 연 것이어서 주목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현재의 남북대화가 자신이 추진해온 대북 압박책의 약효가 나타난 것으로 확신하고 자신감에 찬 모습이다. 한미 정상 간의 공조도 문재인 정부 출범 이래 가장 공고해 보인다. 문 대통령이 신년회견에서 “북핵문제가 해결돼야 남북관계가 해결될 수 있다”며 ‘남북대화 우선’ 정책보다 냉정한 북핵 인식을 보여준 것도 문-트럼프 공조를 공고히 했을 것이다.
북한은 그동안 철저히 통미봉남(通美封南) 전략을 쓰다 이번에는 서울을 매개로 워싱턴과 통하려는 전략으로 나왔다. 북-미대화의 문이 열린다면 남한과의 비핵화 논의에는 더 세차게 고개를 흔들며 남측과의 접촉은 오로지 대북 온건론을 불 지피는 도구로만 사용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북의 그런 계산은 오판이 될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남북대화가 어디로 이를지, 향후 몇 달에 걸쳐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볼 것”이라고 말했다. 남북대화 진전 여부를 북-미대화의 시금석(試金石)으로 삼을 의향을 분명히 한 것이다. 미국은 남북대화에 임하는 북한의 태도를 보면서 북-미대화 전략을 세울 것이다.
북-미대화의 문이 열리는 것은 우리에겐 기회이자 도전이다. 섣불리 북-미대화가 열렸다 결렬될 경우 한반도 정세는 마주 보는 두 열차의 가속행진으로 이어질 것이다. 한편으로 트럼프 행정부가 내부적으로 ‘검증 가능하고 되돌릴 수 없는 완전한 핵폐기(CVID)’를 포기한 채 미사일 도발 중단과 핵 확산 방지를 현실적 목표로 삼아 협상에 임할 경우 우리는 핵보유국 북한을 이고 살아가야 하는 최대 피해자가 된다. 문재인 정부는 북-미대화도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라는 목적지에서 이탈하지 않도록 철저한 한미공조를 이어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