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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키 2cm 자라… 평창서도 더 클 것”

입력 | 2018-01-12 03:00:00

피겨 싱글 대표 차준환 회견
선발전 프로그램 바꿔 대역전 티켓… “몸 완쾌되면 4회전 점프 2번 넘게”




2018 평창 겨울올림픽 피겨스케이팅 남자 싱글에 출전하는 차준환이 11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손을 흔들며 활짝 웃고 있다.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시인과 우편배달부를 주인공으로 사랑과 우정, 시와 인생의 문제를 다룬 영화 ‘일 포스티노’의 배경 음악이 흐르면 한국 피겨스케이팅 남자 싱글의 ‘희망’ 차준환(17·휘문고)은 영화의 분위기에 젖어든다. 프리스케이팅에서 이 곡을 사용하는 차준환은 “영화와 음악의 드라마틱한 부분을 떠올리며 그리움의 감정을 표현하려고 노력한다”고 말한다.

차준환과 일 포스티노의 재회는 차준환을 2018 평창 겨울올림픽 무대로 이끌었다. 11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차준환은 “이번 시즌 좋지 않았던 흐름을 깰 수 있게 만들어준 일 포스티노로 평창 올림픽에 나설 것 같다”고 말했다.

7일 끝난 올림픽 피겨 국가대표 최종 선발전에서 차준환은 이번 시즌에 사용했던 프리스케이팅 곡 ‘더 플래닛’ 대신 주니어 시절에 사용한 일 포스티노에 맞춘 프로그램을 다시 들고나와 극적인 평창행에 성공했다. 1, 2차 선발전까지 합산 1위였던 이준형과의 점수 차(27.54점)를 한 번에 뒤집고 한 장뿐인 평창 올림픽 남자 싱글 티켓을 획득했다. 그는 캐나다 토론토에서 전지훈련을 할 때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자신이 연기를 펼치는 꿈까지 꿀 정도로 부담감에 시달렸다고 한다. 차준환은 “내게 편안한 곡으로 자신감 있게 경기를 한 덕분에 올림픽 무대를 밟게 됐다. 올림픽에서 최고의 프로그램을 구성해 클린 연기를 펼치고 싶다”고 말했다.

평소 장발 스타일을 고수해 온 차준환은 이날 머리를 다듬고 이마를 드러낸 모습으로 나타나 눈길을 끌었다. ‘초코파이 꼬마’로 불리며 아역 모델로 활동했던 어린아이는 당당히 올림픽 무대에 도전장을 던진 시니어 선수가 돼 있었다. 차준환은 “지난해에 비해 키도 2cm가 자라서 176cm 정도 된다”며 웃었다.

차준환의 지도자인 브라이언 오서 코치는 “차준환이 올림픽에서 10위권에 진입할 수 있다”고 말한다. 차준환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난도가 높아 고득점에 유리한 쿼드러플(4회전) 점프의 성공 횟수를 늘리는 것이 중요하다. 올림픽 우승 후보인 ‘점프 머신’ 네이선 천(미국·세계 5위)은 쇼트프로그램과 프리스케이팅을 합쳐 7개의 4회전 점프를 뛴다.

차준환은 “현재로서는 쇼트와 프리스케이팅에서 각각 1개씩 총 2개의 4회전 점프를 뛸 생각이다. 하지만 컨디션이 최상으로 좋아진다면 시즌 초에 준비했던 4회전 점프 구성을 프로그램에 넣을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여전히 고관절과 발목 부상에 시달리고 있는 그는 국내 선발전이 끝난 뒤에 병원을 찾아 치료를 받았다. 이 때문에 최대 3개의 4회전 점프를 뛰기 위해서는 부상에서 완벽히 회복해야 한다. 시즌 초 차준환은 쇼트프로그램에서 4회전 살코(기본점수 10.5점)를, 프리스케이팅에서 4회전 토루프(10.3점)와 4회전 살코-2회전 토루프 콤비네이션(11.8점)을 준비했었다.

차준환은 “4회전 점프 전략과 경기 의상 변화 등은 오서 코치님과 상의해 결정할 생각이다”라면서 “첫 올림픽이지만 부담을 떨치고 완벽한 컨디션으로 올림픽에 나서고 싶다”고 말했다. 차준환은 12일 토론토로 돌아가 부상 치료 및 올림픽 준비에 매진한다.
 
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