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자 A22면 ‘단편소설의 시대…갈림길에 선 중편’ 기사를 읽었다. 한국은 단편소설이 발달했고, 중편의 미래는 엇갈린다는 내용도 들어 있었다.
문학의 성패는 독자에게 달려 있기 때문에 ‘중편소설의 갈림길’이라는 화두는 문학계만이 아닌 문화계 전반의 화두일 수 있다. 특정 길이의 글이 선호되고 다른 길이가 위기를 겪는 것은 삶을 읽는 시대의 미각에 편식이 존재하는 것이다.
단편소설은 빠른 호흡을 요구한다. 대중이 단편소설을 편식한다면 우리 시대의 문화가 빠른 호흡을 즐기는 것으로 볼 수 있다. 한국은 전 세계에서 가장 빠른 인터넷 속도를 자랑한다. 스마트폰의 모델 세대교체 속도도 가장 빠르다. 한국 시장은 그 자체로 ‘얼리어답터’이고, 세계 각국에서 만들어진 신제품의 성패를 가늠하는 바로미터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런 문화적 환경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천세진 문화비평가·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