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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역에 등장한 문재인 대통령 생일축하 광고

입력 | 2018-01-13 03:00:00

팬클럽 1000여 만원 들여 서울 10곳 설치
현직대통령으론 전례 없어 논란




서울지하철 5호선 광화문역에 설치돼 있는 문재인 대통령 생일 축하 광고판.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이달 24일 문재인 대통령의 66번째 생일을 앞두고 서울 시내 지하철에 축하 광고가 실렸다. 현직 대통령의 생일 광고가 나온 건 처음이라 정치권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

문 대통령의 생일 광고는 11일부터 광화문역 여의도역 고속터미널역 잠실역 등 서울지하철 10개 역에 걸렸다.문 대통령이 활짝 웃는 얼굴 사진과 함께 ‘66번째 생일을 축하합니다’라는 글귀가 적혀 있다. 광고는 최장 다음 달 28일까지 걸린다. 에스컬레이터 구간 벽면에는 영상 광고가 송출되고, 5호선 광화문역에는 벽면광고도 게재한다. 광고 제작에 관여한 광고대행사 관계자는 “광고비용은 영상광고 1200만 원, 벽면광고 160만 원으로 총 1360만 원 정도”라고 말했다. 광고주는 문 대통령 팬클럽으로 알려져 있다.

‘Moon_rise_day’라는 계정의 트위터는 광고 게재를 처음으로 공개하면서 “이번 이벤트는 문 대통령을 응원하는 평범한 여성들이 자발적으로 모여 기획한 것이다. 특정 지역, 단체, 인물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밝혔다. 국내외 팬클럽이 아이돌 스타의 생일 광고를 게재하듯 문 대통령 열성 지지층이 자발적으로 나섰다는 설명이다.

야당에선 날선 반응이 나왔다. 자유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는 12일 “일찌감치 저도 축하한다”면서도 “이제는 사생팬(연예인을 밤낮없이 쫓아다니는 극성팬)들의 대통령이 아니라 국민의 대통령이 되길 간곡히 부탁한다”고 말했다. 바른정당 하태경 의원은 페이스북에 “내가 볼 땐 교묘한 안티다. 대통령 생일을 국민이 떠들썩하게 축하하는 국가는 선진국이 아니기 때문”이라고 올렸다.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는 “위대한 수령 김일성 동지를 충성으로 높이 우러러 모셔야 한다”는 ‘김일성 주체사상’을 언급하며 지지자들의 행태를 비판해 논란을 낳기도 했다.

지하철 광고를 심의하는 서울교통공사 관계자는 “정치인 생일 축하 광고는 전례가 없는 일이라 내부적으로 꼼꼼히 심의했다. 정치적 중립성을 훼손할 우려 등이 없어 심의기준에 위반될 소지가 없었다”고 말했다.

박훈상 tigermask@donga.com·홍정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