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알면 알수록 이 나라도 그리 착한 나라는 아니야.―한국이 싫어서(장강명·민음사·2015년) 》
가상통화 투자자들 사이에 유행하는 ‘김치 프리미엄’은 같은 가상통화라도 한국에서 사고파는 값이 더 비싸다는 뜻이다. 한국을 뜻하는 ‘김치’에 웃돈을 의미하는 ‘프리미엄’을 붙였다. 기발하고 재치 있는 단어라고만 생각하고 웃어넘기기에는 어딘가 구슬픈(?)면이 있다. “한국은 비트코인마저 다른 나라보다 더 비싼 나라야. 미친 나라야.” 김치 프리미엄에 녹아 있는 자조(自嘲)를 설명해주던 지인 A가 했던 말이다.
그의 말에 소설 ‘한국이 싫어서’가 떠올랐다. 한국의 삶에 지쳐 호주로 떠난 주인공이 겪는 우여곡절을 담은 내용이다. 마침 1년 전 요리를 배우겠다며 호주로 유학을 간 B로부터 우연히 연락이 온 뒤 다시 읽고 있던 중이었다. B는 책의 주인공처럼 ‘한국이 싫어서’ 호주를 택한 건 아니다. 하지만 적어도 한국보단 기회가 많을 것이라 생각해 작은 자동차 회사를 그만두고 돌연 멜버른행(行)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드디어 헬조선 탈출이네.” 그를 보내던 술자리에서 친구들이 했던 말이다.
“여기도 빡세. 한국에서 이렇게 살았으면 오히려 지금쯤 식당 하나 차렸을지도 몰라.” 호주에 대한 그의 평은 6개월 만에 많이 바뀌어 있었다. 반년 전만 해도 “날씨도 좋고 시급도 많아서 한국보다 훨씬 살 만하다”고 들떠 있던 B였다.
B의 소식을 듣고 나니 한국이 싫은 이유보다 호주를 싫어해야 할 이유가 두 배쯤은 더 많이 담긴 이 책이 왜 베스트셀러가 됐는지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게 됐다. 책을 읽지 않은 B에게 이 책을 선물해도 될지 고민 중이다. 위로가 될지, 그의 향수를 폭발시킬지 확신이 안 서서다.
강성휘 기자 yol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