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알파고 제로 ● 알파고 리 2국 4보(50∼62)
전보 마지막 수(●)로 돌아가 보자. 보통 우하 귀에 더 손을 댄다면 참고 1도 흑 1로 삼삼을 파고드는 것이 일반적이다. 알파고는 백 2, 4로 타개하는 것을 흔히 볼 수 있다. 백은 한 점을 뜯기는 게 속 쓰리지만 귀를 지키면서 전체 돌을 안정시켜 불만이 없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흑은 우하 귀를 결정하기 전에 ●로 우상귀 대응부터 물어본 것. 백이 50을 먼저 두고 52로 붙이는 것은 인간도 흔히 쓰는 수법. 인간의 기보를 배우지 않은 알파고 제로가 같은 수법을 쓰는 걸 보면 인간이 잘못된 방향을 걸어온 것 같지는 않다.
흑은 57로 흑 두 점을 살린다. 참고 2도 흑 1, 3으로 귀를 차지할 순 있으나 백 4로 두 점 잡히는 것보단 작다는 뜻이다. 흑 61까지 탈출 모양은 갖췄으나 A로 붙이는 뒷맛이 남아 있다. 이때 백은 생각보다 일찍 시한폭탄에 불을 댕겼다. 백 62로 좌상 한 점을 살린 것. 우려대로 좌변 흑과 좌상 흑이 갈라졌다. 당장 목숨이 경각에 달한 건 아니지만 까칠한 이 상황을 흑은 어떻게 타개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