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만 혁신기업이 3만달러 한국 이끈다]<5> 佛 스타트업 단지 스테이션F
1000개 스타트업 키우는 ‘세계 최대 요람’ 프랑스 파리에 세워진 세계 최대 스타트업 캠퍼스 단지 스테이션F의 ‘창조 공간(Create Zone)’. 미국 마이크로소프트와 프랑스 최대 온라인쇼핑 업체 방트프리베 등 글로벌 정보기술(IT) 기업들은 이곳에서 스타트업 창업자들을 컨설팅하고 협업하기도 한다. 이러한 인큐베이터 역할을 하는 기업 또는 기관이 스테이션F에 27곳 있다. 그들이 1000개 가까운 스타트업을 육성하고 있다. 투명한 유리로 싸인 공간은 미팅룸으로 회의와 투자 상담 등이 이뤄진다. 스테이션F 제공
○ 글로벌 스타트업에 문호 개방
지난해 프렌치 테크 티켓 2기로 선발돼 스테이션F에 입주한 인도계 스타트업 ‘인트리퍼(Intripper)’ 창업자인 케탄 상그비는 비자 혜택을 비롯해 해외 스타트업에 호의적인 프랑스 창업 환경을 극찬했다. 그는 “프랑스에서 스타트업을 키우는 데 외국인이라서 힘든 건 전혀 없다. 스테이션F 같은 체계화된 환경이 있어 오직 사업만 생각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비컨, 자기(磁氣) 기술, 와이파이 등을 결합해 쇼핑몰 등 실내에서 길 찾기를 지원하고 기업의 실시간 마케팅과도 연계하는 서비스를 개발 중이다. 현장에서 만난 각국 창업자들은 라 프렌치 테크와 스테이션F가 미국 실리콘밸리 못지않게 혁신 기업을 상징하는 브랜드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런 기대는 전 세계에서 점점 더 많은 스타트업이 프랑스로 몰려드는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
○ 다양한 계층에서 창업자 육성
개방성과 이어지는 또 다른 혁신기업 육성의 핵심은 ‘다양성’이다. 프랑스 정부는 지난해부터 다양한 배경을 가진 창업자를 키우기 위해 ‘프렌치 테크 디베르시테(Diversit´e·다양성)’를 신설했다. 이 프로그램에 지원하려면 최저임금 생활자, 영세지구 거주자, 학생 등 3가지 조건 중 하나를 충족해야 한다. 이 프로그램으로 저소득층은 물론 영세지구에 거주하는 이민자들이 혜택을 봤다.
스테이션F에서도 올해부터 이민자와 저소득층이 창업한 스타트업을 대상으로 입주 비용(월 195유로)을 면제해주는 ‘파이터 프로그램’을 시작한다. 저소득층 창업을 지원하는 프로그램들이 사회적 약자를 배려한다는 의미만 담고 있는 것은 아니다. 2000년대 중반 이후 프랑스 경제가 침체되면서 저소득층을 위한 일자리는 늘지 않았고 사회 문제가 됐다. 저소득층에게 새로운 일자리를 주기 위해서라도 창업을 독려하는 게 필요해졌다. 프렌치 테크 디베르시테 지원을 받는 스타트업 스텔레이스 창업자 마리가브리엘 공잘레즈 씨는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혁신적인 창업에 나설 수 있느냐는 정부가 신뢰할 만한 지원 정책과 안전망을 갖추고 있는지에 달렸다”고 했다.
공잘레즈 씨를 포함해 어릴 적부터 알고 지낸 친구 3명이 창업한 스텔레이스는 온라인에서 편리하게 사업을 시작할 수 있도록 돕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프렌치 테크 디베르시테 혜택을 받기 위한 3가지 조건 중 스텔레이스가 어디에 해당하는지는 공개하지 않고 있다. 말루피 씨는 “조건이 공개되면 또 하나의 ‘획일적인 배경’을 만들 수 있다. 프랑스는 누구라도 혁신적 창업에 뛰어들기를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파리=한우신 기자 hanwsh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