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올림픽 D-25]성화 서울입성… 16일까지 584명 봉송
▲ 박미형 유엔 국제이주기구 한국대표부 소장(가운데)과 함께 14일 서울 시내에서 성화를 봉송한 부주자들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왼쪽부터 네팔 이주노동자 두루버 스레스타 쿠마르 씨, 미얀마 난민소녀 크뇨퍼 퍼 양, 박 소장, 베트남 결혼이주여성 쯔엉티빗나응 씨, 세네갈 유학생 파파 세네 씨.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14일 오전 8시 51분. 이날 두 번째 주자로 나선 박미형 유엔 국제이주기구(IOM) 한국대표부 소장과 함께 네 명의 이주민들이 광화문 앞 도로를 달렸다. 미얀마 난민 소녀 크뇨퍼 퍼 양(16), 베트남 결혼이주여성 쯔엉티빗나응 씨(28), 네팔 이주노동자 두루버 스레스타 쿠마르 씨(28), 세네갈 유학생 파파 세네 씨(39)가 그 주인공이다. 각자 다른 이유로 한국 땅을 밟았지만 평창 겨울올림픽의 성공적 개최를 기원하는 마음은 모두 같았다. 이들은 성화 봉송 후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세계 각국의 선수들이 차별 없이 경기를 펼치는 올림픽 정신이 우리 사회에도 깃들면 좋겠다”고 말했다.
올해 중학교 3학년이 되는 퍼 양은 2015년 말 법무부의 재정착 난민제도를 통해 한국에 정착했다. 미얀마 소수민족 카렌족인 퍼 양의 가족은 미얀마 정부의 탄압을 피해 태국의 ‘매라 난민캠프’에 살았다. 난민캠프에서 태어난 그는 고향을 알지 못한다. 이들에겐 캠프 밖으로 나갈 수 있는 ‘이동의 자유’가 없었다. 일을 구하기도 쉽지 않은 난민캠프 내에서 아이들을 제대로 교육시킬 수 없다는 생각에 퍼 양의 아버지는 낯선 한국행을 선택했다.
이주민들은 한국의 도움을 받기만 하는 게 아니다. 사회에서 제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2014년 고용허가제로 한국에 온 쿠마르 씨는 경기 이천의 한 돼지 농장에서 포클레인으로 축사 청소를 한다. 50여 명의 노동자 중 쿠마르 씨 또래의 한국인은 한 명뿐. 쿠마르 씨 같은 젊은 외국인 노동자들이 노동의 빈자리를 채우고 있다. 2008년 한국인 남편과 결혼해 안산에 사는 ‘다둥이 엄마’ 쯔엉 씨는 “요즘 한국 사람들은 아이를 하나 아니면 둘 낳는데 아이를 넷이나 낳은 나한테 상을 줘야 하는 거 아니냐”며 웃었다. 능숙한 한국어와 활발한 성격으로 동네의 베트남인-한국인 갈등을 중재하기도 하는 쯔엉 씨는 동사무소에서 홀몸노인 급식 봉사를 하기도 했다.
▲ 이흥배 황실문화원 이사장(왼쪽)이 서울 성화 봉송 첫째 날인 13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다음 주자인 강광배 한국체대 교수에게 성화를 전달하고 있다. 이날 이 이사장은 광화문광장에서 조선시대 임금이 행차하던 ‘어가행렬’을 재현하는 성화 봉송 이벤트를 진행했다. 안철민 기자 acm08@donga.com
▲ 이흥배 황실문화원 이사장(왼쪽)이 서울 성화 봉송 첫째 날인 13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다음 주자인 강광배 한국체대 교수에게 성화를 전달하고 있다. 이날 이 이사장은 광화문광장에서 조선시대 임금이 행차하던 ‘어가행렬’을 재현하는 성화 봉송 이벤트를 진행했다. 안철민 기자 acm08@donga.com
첫째 날 서울 마포구 상암동 디지털매직스페이스에서 첫발을 뗀 성화는 광화문을 거쳐 둘째 날 잠실 올림픽 주경기장에 자리 잡았다. 서울 올림픽 폐회식이 열렸던 1988년 10월 2일 한국과 작별했던 바로 그 장소다. 첫날엔 차범근, 서장훈, 양학선, 정대세 등 스포츠 스타들이 주자로 나섰고, 둘째 날엔 유명 코미디언 김재우와 스타일리스트 한혜연 등이 참여했다.
위은지 wizi@donga.com·김재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