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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대 공포감 ‘11m 곡예’… 해발 700m로 낮아 연기엔 최적

입력 | 2018-01-15 03:00:00

[테마로 본 평창올림픽]경기장의 비밀-하프파이프




사람이 가장 큰 공포를 느낀다는 높이 ‘11m’. 강인한 정신력으로 무장한 군(軍) 공수부대의 낙하 훈련도 이 높이의 모형탑에서 실시한다. 웬만한 사람들은 서 있기만 해도 겁에 질린다. 스노보드 하프파이프는 그 높이에서 곡예를 하는 종목이다.

경기장은 파이프를 반으로 절단해 놓은 것 같은 반원통형 모양이다. ‘하프파이프(half pipe)’는 파이프를 반으로 잘랐다는 뜻이다. 올림픽 하프파이프 경기장은 국제스키연맹(FIS)이 정한 규격에 따라 만든다. 양쪽 벽의 평균 경사가 17∼18도로 스노보드(스키)를 타고 좌우를 오갔을 때 시속 40∼50km의 속도를 내며 하늘로 솟구쳐 오를 수 있게 설계된다.

올림픽 하프파이프 경기장에서 ‘공포의 11m’ 공중 곡예가 등장한 시기는 2010년 밴쿠버 대회 때다. 스노보드 하프파이프가 올림픽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1998년 나가노 대회 때만 해도 선수들이 공중 연기를 위해 치고 올라가는 벽 높이는 3.5m에 불과했다. 밴쿠버 대회에선 벽 높이는 6.7m로 높아졌고, 선수들은 보통 이 벽의 상단부로부터 5∼7m를 더 뛰어올랐다. 즉 정점에 오른 선수가 경기장 바닥을 내려다봤을 때 11m 정도의 높이 차를 느끼게 된 것이다. 2014년 소치 대회 때부터는 프리스타일 스키 하프파이프도 올림픽 종목으로 채택돼 같은 경기장을 사용하고 있다.

그 높이에서 선수들은 손으로 스노보드를 잡거나 좌우 또는 위아래로 몸을 빙글 돌리는 회전 연기 등을 펼친다. 보통 한 번에 좌우 경사로를 오가며 4∼5번 공중으로 뛰어올라 연기한다. 6명의 심판은 높이와 회전, 기술, 난이도 등을 기준으로 100점 만점으로 채점하고 이 중 최고와 최저 점수를 뺀 4명의 평균 점수로 순위를 매긴다. 대회당 선수에게 각각 3번 기회를 주고, 가장 높은 점수를 해당 선수의 최종 기록으로 한다.

박영남 대한스키협회 스노보드위원회 위원장은 “옆에서 보면 경기장이 둥글지만, 공중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면 그냥 절벽이다”며 “실제 선수들이 착지하는 경사면(트랜지션·바닥 옆 경사로)도 공중에선 20cm밖에 보이질 않아 정말, 극도의 공포감이 느껴진다”고 설명했다.

평창 겨울올림픽 하프파이프의 메달 색깔은 경기장 초반부 ‘5분의 1 지점’에서 결정될 가능성이 크다. 이는 이 종목의 현재 최고난도 기술로 평가받는 1440도 회전(4바퀴) 이상의 신기술이 나오기 힘들다는 스키계의 분석이 영향을 미쳤다. 이에 따라 정상급 선수는 가산점(위험 감수)을 노리고 4∼5번의 연기 동작 중 가장 어려운 기술을 첫 번째 순서로 배치해 승부를 걸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온다.

박 위원장은 “경기 초반에 어려운 기술을 구사하면 그만큼 실수할 확률도 높아지니, 앞 순서에 고난도 기술을 쓴 선수에게 1∼10점 사이에서 가산점을 준다”며 “숀 화이트(32·미국)나 스콧 제임스(24·호주), 히라노 아유무(20·일본) 등 유력한 금메달 후보 또한 초반에 비기를 꺼낼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평창 스노보드 하프파이프에서 역대 최고의 올림픽 연기가 나올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유럽과 비교해 경기장의 위치가 상대적으로 저지대에 있기 때문이다. 박 위원장은 “유럽의 스노보드 경기장은 대부분 해발 2000m 이상의 고지대에 있어 바람이 세고 안개도 많이 낀다”며 “평창은 해발 700m대의 상대적 저지대에 위치해 선수들이 최고의 경기력을 뽐낼 수 있는 여건을 갖췄다”고 평가했다.
 
김재형 기자 monam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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