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한은 어제 북한 예술단 공연과 관련한 첫 실무회의를 열어 평창 겨울올림픽 기간 중 삼지연 관현악단 140여 명으로 구성된 예술단이 강릉과 서울에서 공연을 갖기로 합의했다. 이를 위해 북측이 곧 사전 점검단을 파견하기로 했다. 어제 회담은 새해 벽두부터 이어져 온 남북대화 기류 속에서 처음 열린 실무급 회담이었다. 일단 남북이 공동보도문 발표까지 이른 것은 다행이다.
그러나 남북은 북 예술단의 공연 내용에 대해서는 아무 결과도 내놓지 않았다. 북한의 예술단은 어제 회의에 대표단원으로 참석한 현송월이 이끄는 모란봉악단이 2015년 베이징에서 공연을 하려다 노골적인 체제 선전 내용이 문제 되자 공연을 전격 취소한 사례에서 보듯 철저히 체제 홍보의 도구다. 이번에 방문할 삼지연 관현악단은 2009년 1월 김정일의 ‘음악 대중화’ 지침에 따라 창단된 일종의 팝스오케스트라 성격을 갖는 악단이다. 지난 5년간 공연 내역을 보면 김정은 취임 3돌 축하공연 등 체제 찬양 내용이 대부분이다.
삼지연 관현악단이 모란봉 악단처럼 미사일 개발을 대놓고 칭송한 기록은 보이지 않지만, 북핵 도발의 직접적 피해 당사자가 될 수 있는 남측의 수도와 올림픽 개최 장소가 북한 체제 선전장으로 돌변하지 않도록 정부는 철저히 점검해야 할 것이다. 북측의 체제 선전 공연에 우리 사회나 서방세계가 티끌만큼의 영향이라도 받을 가능성은 없지만 국가 간에 지켜야 할 예의와 올림픽 정신을 모독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흘러간다면 북한은 올림픽 참가를 철저히 체제 선전의 장으로만 이용하려는 의도 아니냐는 비판에 직면할 것이다. 앞으로 이어질 실무회담에서도 어깃장을 부린다면 김정은이 신년사에서 밝힌 대화 의지는 국제적인 대북 제재 공조에 펑크를 내기 위한 술수였음을 자인하는 결과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