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종구 스포츠부 차장
한국 마라톤은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 금메달 황영조(국민체육진흥공단 감독),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 은메달 이봉주, 2010년 광저우 아시아경기 챔피언 지영준(코오롱 코치) 이후 이렇다 할 성적을 내지 못하고 있다. 특히 남자 한국 최고기록은 이봉주가 2000년 2월 세운 2시간7분20초, 여자는 권은주가 1997년 10월 세운 2시간26분12초가 그대로 남아 있다. 지난해 남자 최고기록은 유승엽(강원도청)이 3월 2017서울국제마라톤에서 세운 2시간14분01초, 여자는 김도연(K-water)이 10월 기록한 2시간31분24초다. 남자는 한국기록과 약 7분, 여자는 약 5분이나 차이가 난다. 이렇다 보니 ‘한국 마라톤은 끝났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육상연맹이 동아마라톤을 사실상 대표 선발전으로 정한 이유는 경쟁을 피하는 ‘나쁜 관행’을 깨기 위해서다. 마라톤 관계자는 “동아마라톤에 누가 나간다고 알려지면 그보다 실력이 좀 처지는 선수들은 다른 대회에 출전하는 분위기가 형성돼 있었다. 상금을 타기 위해서다”라고 말했다. 한 대회에 모여 기록 경쟁을 하기보다는 분산 출전하며 상금을 택하는 것이다. 경쟁이 사라진 것이 한국 마라톤이 퇴보하고 있는 주된 이유다. 황영조 감독은 “20여 년 전만 해도 동아마라톤 남자부 선두권엔 30여 명이 경쟁했다. 지금은 많아야 5, 6명”이라며 안타까워했다.
현재로선 한국이 일본을 잡기가 쉽지만은 않다. 일본 남자 최고기록은 2002년 다카오카 도시나리가 세운 2시간6분16초. 역시 오랫동안 깨지지 않고 있지만 일본은 지난해 오사코 스구루가 2시간7분19초를 기록하는 등 2시간 10분 이내 기록을 낸 선수가 11명이나 된다. 2011서울국제마라톤 겸 제82회 동아마라톤에서 정진혁(당시 건국대)이 2시간9분28초를 기록한 이후 2시간 10분 이내 기록을 내지 못하는 한국 남자 마라톤과는 수준이 다르다.
경쟁이 기록을 만드는 법이다. 선수들이 태극마크를 위해 한자리에서 경쟁하게 만든 육상연맹의 시도는 늦었지만 반가운 일이다. 2018서울국제마라톤에서 한국마라톤의 새로운 가능성을 찾을 기록이 나오길 기대한다.
양종구 스포츠부 차장 yjong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