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 탱자나무
탱자나무 열매는 진실하고 원만한 삶을 상징한다.
탱자나무의 가시는 이 나무를 울타리로 삼는 데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다. 탱자나무로 만든 울타리는 도적을 막거나 죄인을 가두는 데 이용했다. 조선시대 ‘관방집록(關防集錄)’과 ‘해동잡록(海東雜錄)’에서는 탱자나무를 이용한 목책(木柵) 사례를 확인할 수 있다. 특히 강화도 역사박물관 옆에 살고 있는 갑곶리 탱자나무(천연기념물 제78호)와 강화도 명미당(明美堂) 이건창(李建昌) 생가 앞에 살고 있는 사기리 탱자나무(천연기념물 제79호)는 탱자나무 울타리로 몽골군을 방어한 역사 현장이자 우리나라에서 아주 귀한 탱자나무 천연기념물이다. 두 곳의 천연기념물 탱자나무는 모두 수령 400년 정도다.
탱자나무는 큰 죄를 지은 자에게 벌주는 위리안치(圍籬安置) 혹은 위극안치(圍棘安置) 때 사용했다. 이 같은 단어는 죄인이 사는 집 둘레에 탱자나무로 울타리를 했기 때문에 생겼다. 나도 탱자나무 울타리가 있는 집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다. 가을에 벼를 벤 후 논에서 잡은 고둥을 삶아서 탱자나무 가시로 빼 먹던 추억은 아직도 탱자나무 꽃 향만큼 아름다울 뿐 아니라 허기까지 달래준다.
강판권 계명대 사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