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레이션 권기령 기자 beanoil@donga.com
벗드갈 몽골 출신 서울시립대 대학원 행정학과 재학
한국인들에겐 D-2, D-10, F-6, F-5 등 비자의 종류와 관련된 알파벳과 숫자의 조합이 매우 낯설 것이다. 이들의 조합에 따라 외국인들의 체류허가가 달라진다. 필자는 한국에 체류하는 외국인들이 받을 수 있는 가장 마지막 단계의 체류허가인 영주권(F-5)을 이미 받았다. 더 이상 한국에서 거주하는 데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 하지만 한국인으로 귀화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고민이 많다. 필자와 같은 결혼이주여성이라면 누구나 비슷한 고민을 한 번쯤은 해 봤을 것이다.
필자는 몇 달 전 결혼이주여성이 왜 귀화하려는 것인가에 대한 글을 썼다. 그 글의 핵심 내용은 결혼이주여성이 귀화를 결정하는 가장 큰 이유가 자녀를 위해서라는 것이다. 자녀가 학교를 다니기 전에 부모 중 한 명이 외국인이라면 학교에서 혹시 집단 따돌림을 당하지 않을까 두려움을 갖게 된다. 이 때문에 대부분의 결혼이주여성들이 자녀가 초등학교에 입학하면 동시에 귀화를 신청한다.
친구는 외국인이기 때문에 한국어 발음이 좋지 않다. 친구 아들은 이런 사정을 이해하기에는 너무 어린 나이일 수 있다. 하지만 서툰 엄마의 발음을 비웃고 ‘엄마가 이제 필요 없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친구의 아들을 보며 마음이 무거워졌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내 아이의 태도가 갑자기 변하면 나는 얼마나 힘들까? 엄마가 잠시 옆에 없어도 크게 울던 아이가 나를 멀리한다고 생각하면 이보다 더 괴로운 일은 없을 것이다.
도대체 학교에서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아마 이 아이는 초등학교에 입학하면서 자신이 다른 아이들과는 다르게 다문화가정의 자녀라는 사실을 처음 알게 됐을 것이다. 또 한국어를 잘하지 못하는 엄마를 부끄럽게 생각하게 되고 학교에 오는 것도 창피하게 생각했을 것이다. 초등학교 1학년이 다문화가정의 모든 상황을 이해하기란 쉽지 않다.
필자는 서울시의 한 자치구에서 다문화 인식개선 강사로 3년 이상 활동하고 있다. 다문화 인식개선 강사는 출신 국가의 문화를 소개하면서 ‘너와 나 모두 서로를 인정하며 더불어 살아야 한다’는 내용을 가르친다. 몽골뿐 아니라 다양한 국가 출신의 강사가 투입된다. 아쉽게도 강의할 기회가 많지 않아서 한 해에 3∼10번 정도만 강의할 뿐이다.
한번은 유치원 위치를 잘못 알고 엉뚱한 곳을 찾아간 적이 있다. 그런데 그 유치원 아이들이 나에 대한 호기심과 기대에 가득한 눈빛을 보내는 것을 보고 외면할 수 없어 수업을 진행했다. 어린이집 원장도 다문화 인식개선 수업을 구청에 신청했는데, 이렇게 갑작스럽게 방문할지 몰랐다며 기뻐했다.
다문화가정의 자녀는 2011년 3만 명에 불과했으나 2015년 8만여 명, 2016년 10만여 명으로 급증했다. 앞으로 더 늘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다문화가정 자녀의 학업 중단 등 이들과 관련된 다양한 문제에 주목해야 한다. 다문화가정 자녀들은 일반 가정과 비교할 때 학업 중단율이 5배나 높다. 전체 다문화가정의 절반 정도는 서울, 경기 등 수도권에 거주하는데, 이들의 자녀는 60% 정도가 6세 이하로 어린 편이다. 이들 중 일부는 3월부터 초등학교에 입학한다. 이들이 학교에 잘 적응하도록 다문화 인식개선 교육을 더 많이 실시하고 이와 관련된 효율적인 정책도 만들어야 할 때다.
벗드갈 몽골 출신 서울시립대 대학원 행정학과 재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