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망주 프랭코-노장 더글러스, 성추행 의혹 적극 돌파 나서
성추행 의혹에 휩싸인 남성 영화인들이 변명도 못한 채 추풍낙엽처럼 사라지던 와중에 유망주 배우 제임스 프랭코(40)가 자신에게 제기된 성추행 의혹을 정면으로 반박해 미투 진영의 지지를 이끌어낸 것이다. 노장 배우 마이클 더글러스(74)도 최근 “가짜 성추문 폭로 시도가 감지됐다”고 의혹 제보자를 선제공격하고 나서 귀추가 주목된다. 남성 영화인들에 대한 가차 없는 ‘스캔들 살생부(殺生簿)’처럼 거침없이 나아가던 미투 캠페인에 보다 엄밀한 ‘팩트 체크’를 요구하는 브레이크가 걸린 셈이다.
○ 유망주 프랭코 “나를 믿는다” 결백 주장
제임스 프랭코
그런데 시상식 직후 트위터를 통해 프랭코의 과거 성추행 의혹을 지적하는 코멘트가 일파만파 번져나갔다. 배우 바이얼릿 페일리와 앨리 시디, 감독 세라 타이더캐플런 등이 “프랭코와 일하면서 그의 부적절한 성적 행동을 감수해야 했다”고 폭로하고 나선 것이다. 페일리는 프랭코가 ‘타임스 업’ 배지를 착용한 것에 대해 “매우 예쁜 배지를 달았군요. 하지만 당신이 자동차 안에서 나를 강제로 성추행한 건 기억하지 못하나요?”라고 썼다.
프랭코는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대(UCLA)에서 영문학을 전공하고 뉴욕대 대학원을 졸업한 대표적인 신진 지성파 배우다. 2009년과 2011년에도 골든글로브 주연상을 받았고 연출 능력도 갖춰 ‘제임스 딘의 얼굴을 이어받은 천재’로 불리며 승승장구했다. 이번 골든글로브 수상을 계기로 3월 4일 열리는 아카데미 시상식의 유력한 남우주연상 후보로도 손꼽혔다.
영화계 안팎에서 품행 좋은 스타로 각광받아온 인물인 만큼 현지 언론은 잇달아 프랭코를 둘러싼 성추문 논란을 집중 보도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10일 “프랭코가 부적절한 성적 행동과 관련해 학생을 포함한 복수의 여성들로부터 고발당했다”고 전했고, 뉴욕타임스(NYT)도 같은 날 “(프랭코의) 골든글로브 영광 뒤에 곧바로 여성들의 고발이 잇따랐다”고 보도했다. NYT는 프랭코가 참석한 가운데 10일 열기로 했던 공개 기자대담 이벤트 일정을 취소하기도 했다. 앞서 성추문에 휩쓸려 사라져간 다른 남성 영화인들과 마찬가지로 프랭코도 내리막길로 치달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프랭코는 성추문 의혹이 불거진 직후 CBS TV ‘레이트 쇼’에 출연해 “트위터에 나에 대한 좋지 않은 얘기가 돌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지만 찾아 들어가서 읽지는 않았다. 내 이름을 언급한 이들이 누군지는 안다. 나는 그들에게 무례한 행동을 한 적이 없다”며 자신과 관련된 의혹을 정면으로 부인했다. 이어 “시디는 나를 비난하는 내용의 트윗을 올렸다가 지운 것으로 안다”며 “나는 내가 솔직히 털어놓을 수 있는 얘기를 다 내놓지 않는 사람들을 신뢰하지 않는다”고 결백을 주장했다.
○ 노장 더글러스도 “허위 고발 맞설 것”
마이클 더글러스
프랭코와 더글러스를 필두로 남성 영화인들이 서슬 퍼런 미투 캠페인의 칼날에 맞서는 움직임이 조금씩 일어나고 있지만 성추행 이력과 관련된 영화인의 ‘배제와 삭제’는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13일 배우 리베카 홀은 자신의 인스타그램을 통해 “성추문에 휩싸인 우디 앨런 감독의 새 영화 ‘뉴욕의 어느 비 오는 날’에 출연한 것을 후회한다. 이 영화로 받은 출연료를 전액 ‘타임스 업’에 기부하겠다”고 밝혔다. 미국의 대표적인 지성파 감독으로 존경받았던 앨런은 지난해 “와인스틴이 마녀사냥을 받고 있다”고 발언해 지탄의 대상이 됐다. 1992년 양녀 딜런 패로를 성추행해 검찰 수사를 받은 이력도 재조명됐다. 최근 리들리 스콧 감독도 개봉 예정인 영화 ‘올 더 머니 인 더 월드’에 대해 “촬영이 이미 완료됐지만 성추행 파문이 불거진 배우 케빈 스페이시가 출연한 장면을 모두 삭제하겠다”고 말했다.
손택균 기자 soh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