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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출산에 18세인구 감소… 日사립대 45% 정원미달

입력 | 2018-01-17 03:00:00

1992년 205만→2028년 107만명 예상
신입생 줄어드는데 대학은 되레 늘어… 지방사립대 경영난에 폐교 속출
공립대 전환-통합 등 생존 몸부림




지난해 7월 일본의 명문 대학 아오야마(靑山)학원은 병설된 2년제 여자대학의 학생 모집을 2019년부터 중지한다고 발표했다. 30년 전 9000명 수준이었던 지원자 수가 2000명에도 미치지 못하자 “2년제 여대의 역할은 끝났다”고 선언했다. 3년 전 여름에는 대형 입시학원 ‘요요기제미’가 전체 학원의 70%인 20곳을 폐쇄한다고 발표했다. 재수생이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인구 감소가 본격화한 일본 교육 현장에 본격적인 시련이 닥치고 있다. 특히 올해 대학에 입학하는 18세 인구를 시작으로 학생 수가 본격적인 감소기에 들어가면서 대학들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대학 관계자들은 2018년을 “고등교육의 전기(轉機)가 될 1년”이라고 말하고 있다.

대학 입학 연령인 일본의 18세 인구는 1992년 205만 명을 정점으로 2009년 약 121만 명까지 줄어든 뒤 최근까지 118만∼120만 명 선에서 횡보했다. 그러나 올해부터 다시 연간 1만여 명씩 줄어 2028년에는 107만 명, 2038년에는 91만 명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문제는 학생 수 감소에도 불구하고 대학 수는 오히려 증가해 왔다는 점이다. 1990년 507개교에서 2017년 780개교로 늘었다. 그동안은 진학률이 계속 늘어 대학 경영이 유지됐지만 앞으로는 이 또한 기대하기 어렵다. 일본의 대학 진학률(전문대 포함)은 1970, 80년대 36∼37%에서 2014년 57%까지 올랐다. 여기에 기능공을 양성하는 전문학교까지 더하면 진학률은 80%를 넘어 더 이상의 상승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일본은 이론상으로는 2000년경부터 대학이나 학부를 고르지 않는다면 누구나 입학할 수 있는 ‘대학 전원 입학시대’에 들어갔다. 사립학교진흥공제사업단에 따르면 2016년 정원 미달 사립대는 44.5%로 조사됐다. 이 중 90%는 입학 정원 400명 미만의 소규모 지방대였다. 자연스레 대학 간 학생 쟁탈전이 격화되고, 도태되는 대학이 부지기수로 생겨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일본 문부성은 ‘대학효율화’ 방침을 내걸고 “자기 개혁을 하지 않는 대학은 국립대라도 망하게 하겠다”고 엄포를 놓고 있다. 이미 2010년 이후 경영 악화로 학생 모집을 중단하는 사립대가 늘었고 자진 폐교하는 대학도 속출하고 있다.

교육 전문가들은 학생들이 모이는 대학과 그렇지 않은 대학의 양극화가 심화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결국 대학들은 영양 간호 등 실무 관련 학부학과나 국제학부를 개설하는 등 각자 특색과 개성을 살리는 개혁을 진행하고 있다. 교수진을 확충하고 교외에 설치한 캠퍼스를 교통이 좋은 도심으로 옮기는 대학도 늘고 있다.

사립대들은 대학 간 통합, 공립대로의 변신 등 돌파구를 찾기 위해 몸부림치고 있다. 홋카이도(北海道)과학대와 홋카이도약대가 2018년부터 통합하겠다고 발표했고, 야마구치(山口)도쿄이과대는 2016년 사립대에서 시립대로 바뀐 뒤 지원자가 정원의 7배를 넘어섰다.

일본 정부도 관련 논의를 서두르고 있다. 우선 지방대에 학생을 유도하기 위해 향후 10년간 도쿄 도심 내 대학의 정원을 억제하는 내용의 법안을 이번 국회에 제출할 방침이다. 또 적정한 대학 수를 정하고 국·공·사립의 틀을 뛰어넘는 통합도 추진할 계획이다.

도쿄=서영아 특파원 sy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