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노총 “외국인 불쌍하지만 현장 불만 빗발쳐”

[건설현장 외국인 근로자 갈등]‘불법고용 반대’ 단체행동 나서

최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은 외국인 근로자의 건설현장 일자리 잠식을 집중적으로 문제 제기하고 있다. 사실 건설현장의 일용직 근로자는 노조 가입률이 낮다. 그만큼 집단의 목소리를 내는 경우도 드물었다. 하지만 최근 분위기는 다르다. 연일 집회를 열면서 단체 행동을 이어가고 있다. “짱깨 물러가라” 같은 노골적 수위의 표현까지 등장하고 있다.

민노총 건설노조에 따르면 건설근로자 약 200만 명 중 일용직은 120만 명가량이다. 이 중 노조 가입자는 전국적으로 약 2만 명에 불과하다. 최근 외국인 근로자에게 일자리를 빼앗기면서 가입이 늘어난 덕분이다. 성성봉 건설노조 사무국장은 “최근 외국인 노동자 증가에 대한 현장의 불만이 빗발쳐 노조 차원에서 대응하게 됐다”고 말했다.

성 사무국장은 “불법 고용된 외국인 노동자의 처지는 정말 불쌍하다. 저임금과 중노동 고위험에 노출됐지만 불법 신분이라 보호를 전혀 받지 못한다. 궁극적으로 이들에게 합법 지위를 부여해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말했다.

결국 민노총은 한국인 근로자를 보호하기 위해 상황이 더 열악한 외국인 근로자 불법 고용에 반대하고 나선 것이다. 한국인의 일자리를 빼앗길 뿐 아니라 근로조건을 전반적으로 악화시키는 걸 우려하고 있다. 성 사무국장은 “불법 체류 외국인에게는 적정 임금과 충분한 휴식 등을 제공하지 않아도 되고 산업재해가 발생해도 그냥 넘어갈 수 있다. 법무부와 고용노동부 국토교통부 등 정부부처가 나서 현장의 부조리를 바로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윤솔 기자 solemi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