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낮 시간, 한글 자막 아닌 ‘더빙’판 애니메이션. 재잘대는 꼬마들 사이에 껴서 영화를 볼 가능성이 99%였다. 망설이다 그냥 표를 샀다.
“할머니, 이 노래 기억 좀 해보세요….” 주인공인 멕시코 소년 미겔이 치매에 걸린 할머니의 옛 추억을 떠올리려 애쓰는 장면이 나오자 사방에서 흐느끼는 소리가 났다. 옆 아이는 아빠 어깨에 얼굴을 파묻고 눈물을 쏟았고, 앞의 아이는 결국 엉엉 큰 울음이 터졌다.
디즈니-픽사 영화 ‘코코’(11일 개봉)를 보러 갔다 생긴 일이다. 음악을 사랑하는 소년이 우연히 저승 세계에 발을 디뎠다가 가족의 소중함을 깨닫는다는, 비교적 단순한 줄거리가 아이들의 가슴을 울린 모양이었다. 순간 멀뚱하게 앉아있는 내가 이상하게 느껴졌다.
울다가 웃다가. 제 감정을 있는 그대로 표현하는 아이들 틈에서 영화를 보고 있는데, 가끔은 이렇게 영화를 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이 스쳤다.
장선희 기자 sun1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