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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말라야 오르듯 한발 한발 가면 언젠간 정상에”

입력 | 2018-01-17 03:00:00

[당신의 땀 응원합니다]<9>엄홍길 휴먼재단 이사가 크로스컨트리 김마그너스에게




엄홍길 휴먼재단 상임이사가 스키 크로스컨트리 국가대표 김마그너스에게 전하는 응원 메시지를 들고 선전을 기원하고 있다.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김마그너스 선수에게 히말라야의 성(聖)스러운 기운을 전합니다. 기(氣)! 기! 기! 끝까지 포기하지 말고 힘내세요.”

엄홍길 휴먼재단 상임이사(58)가 한국 스키 크로스컨트리 국가대표 김마그너스(20)에게 응원의 메시지를 전했다. 자필로 보드에 응원 메시지를 적은 엄 이사는 보드에 한동안 이마를 대고 나지막이 주문을 외며 평창 겨울올림픽에서 김마그너스의 선전을 기원했다.

엄 이사는 2007년 3월 로체샤르(8400m) 등정으로 세계 최초로 히말라야 8000m급 16좌 완등에 성공한 산악계의 전설이다. 그의 히말라야 여정은 2015년 개봉한 영화 ‘히말라야’를 통해 대중에게도 알려졌다. 엄 이사의 감동스토리를 보러 776만 관객이 극장을 찾았을 정도. 엄 이사는 “‘끈기’ ‘의지’ 두 단어를 가슴에 새기고 늘 최선을 다해왔다”고 말했다.

한국 스키 크로스컨트리 국가대표 김마그너스가 지난해 2월 일본 삿포로에서 열린 겨울아시아경기대회에서 눈 위를 질주하고 있다. 김마그너스는 이 대회 남자 1.4km 스프린트 클래식에서 한국 남자 선수로는 최초로 금메달을 목에 걸며 평창 겨울올림픽의 기대주로 떠올랐다. 동아일보DB

엄 이사는 김마그너스에게도 항상 가슴에 끈기, 의지 두 단어를 새기라고 조언했다. 스키 강국인 노르웨이 출신의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김마그너스는 한국 크로스컨트리 스키의 간판이다. 2016년 릴레함메르 동계 유스올림픽에서 금메달 2개, 은메달 1개를 목에 걸었을 정도로 주니어 대회에서는 적수가 없었다. 지난해 2월 삿포로에서 열린 겨울아시아경기 남자 1.4km 스프린트 클래식에서 한국 남자 선수로는 최초로 금메달을 목에 걸기도 했다.

하지만 시니어 무대에서는 다소 부진했다. 지난해 11월 핀란드에서 열린 월드컵 1.4km 스프린트 클래식에서 91위, 15km 클래식에서 97위를 기록했다. 지난해 12월 스위스에서 열린 월드컵 1.5km 스프린트 프리스타일에서는 79위라는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엄 이사는 “고난의 순간은 영원하지 않더라”며 “힘든 상황 속에서도 두 단어를 떠올리며 앞으로 한 발씩 내디뎠고 그때마다 히말라야는 정상을 허락했다”고 말했다. 김마그너스에게 “이전 일은 중요하지 않다. 한발 한발 앞으로 나아가면 정상이 눈앞에 보일 것”이라고 격려했다. 당당한 한국의 대표로 자긍심을 가지고 경기에 임해 달라고도 당부했다.

엄 이사의 응원 메시지를 받은 김마그너스는 “영화 ‘히말라야’를 감명 깊게 보고 ‘엄 대장님’을 존경하게 됐는데 응원을 해주셔서 감사드린다. 응원에 힘입어 메달 색깔과 상관없이 제가 할 수 있는 최선의 경기를 펼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개인적으로 그는 “엄 대장님과 저는 자연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고 열정을 쏟아붓는 사람들로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 많다. 올림픽 이후 기회가 된다면 함께 등산을 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배중 기자 wante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