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남미 홍익대 국어교육과 교수
아래 두 문장 중 올바르게 표현한 말을 찾아보자.
과일 장수가 왔다.(○) 과일 장사가 왔다.(×)
과일 장수가 시작되었다.(×) 과일 장사가 시작되었다.(○)
이 두 문장 중에는 뒤 문장이 올바른 것이다. 결국 ‘장사’라는 단어도 있고 ‘장수’라는 단어도 있는 것이다. 우리는 이 두 단어의 옳고 그름을 판단해야 할 게 아니라 어떻게 다른가의 문제로 접근해야 한다. 차이의 문제를 정답, 오답의 문제로 접근하면 문제를 제대로 풀어낼 수 없다. 오히려 더 복잡해질 뿐이다. 게다가 실제로 완전한 정답이 존재하는 문제를 만나는 경우는 그리 많지 않다.
‘장사’와 ‘장수’는 무엇이 다를까? 그 의미 차이를 알려면 문제 안의 차이에 주목해야 한다. 무엇이 바뀌었는지를 보자. ‘오다’라는 동사가 ‘시작되다’로 바뀌었다. 거기서 뭐가 달라진 걸까? 생각하기 어렵다면 그 단어 그대로 예문을 만들어 보면 된다.
김남미가 왔다.(○) 김남미가 시작된다.(×)
장사하다(○):장수하다(×) 장사꾼(○):장수꾼(×)
누군가 이런 질문을 하면 좋겠다. ‘천하장사’는 사람인데도 왜 ‘장수’가 아니고 ‘장사’일까? 멋진 질문이다. 반례를 생각해 내야 맞춤법 실력이 좋아진다. 이런 질문을 할 수 있는 사람은 자신의 질문을 들여다보면서 더 많은 문제를 발견하고 그 덕에 더 잘 알게 된다.
앞서 본 ‘장사 vs. 장수’는 모두 상업에 관련된 단어였다. ‘천하장사’는 이와 관련되지 않은 전혀 다른 쓰임의 단어다. 또 한자어도 ‘장사(壯士)’로 다르다. 물론 ‘장수(長壽)’라는 한자어도 있다.
그런데 우리는 천하장사의 ‘장사(壯士)’와 오래 산다는 의미의 ‘장수(長壽)’를 혼동하지는 않는다. 그런데 왜 ‘장사(상업):장수(상인)’는 혼동될까? 그것은 이 두 단어가 같은 상황 속에서 쓰이기 때문이다. 같은 맥락에서 쓰이는 공통점을 가진 것들은 구분하기가 더 어렵기 마련이다. 그러면 이런 것들은 어떻게 해야 할까? 공통점을 가진 것들을 묶고 이들 사이의 차이를 구분하는 연습을 해야만 한다. 복잡한 것은 일부러 모아서 구분해 둬야만 혼동을 피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