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 겨울올림픽 성화 봉송 1번 주자인 피겨 여자싱글 유영 선수가 성화를 들고 달리는 모습. 동아일보DB
정미경 국제부 전문기자 전 워싱턴 특파원
제가 이럴 줄 알았습니다.
미국인들이 앞으로 한 달도 남지 않은 겨울올림픽의 개최지 ‘평창’의 발음이 너무 어려워 헤매고 있다고 합니다.
‘Pyeongchang(평창)’ 사실 좀 복잡해 보이긴 합니다. ‘Pyeongchang’과 ‘Pyongyang(평양)’은 철자도 발음도 비슷합니다. 평창동계올림픽조직위원회는 외국인 관광객들이 평양으로 가는 일이 없도록 ‘Pyeongchang’의 ‘c’를 대문자 ‘C’로 바꿔 차이를 강조했습니다.
그렇다고 문제가 해결된 것은 아닙니다. 여전히 미국인들에게는 ‘가까이하기에는 너무 먼’ 발음입니다. 저는 미국인들이 ‘Pyeong(평)’에서 헤맬 것으로 생각했는데 정작 문제는 ‘chang(창)’이라고 합니다.
NBC방송은 미국의 올림픽 주관 방송사입니다. 지난해 11월 NBC가 평창 올림픽 개최 100일을 앞두고 특집방송을 했는데 ‘평창’의 온갖 유사 발음이 난무해 미국 시청자들이 어리둥절해했다고 합니다. 사회자들이 ‘평청’ ‘평챙’ ‘평충’ 등 자기 편한 대로 발음한 거죠. 문제의 심각성을 깨달은 NBC는 내부 위원회까지 만들어 수차례 회의를 열었다고 합니다. 위원회 이름은 ‘Correct Pronunciation of Pyeongchang Committee(평창의 올바른 발음을 위한 위원회)’. 거창해 보입니다.
위원회는 평창 발음 가이드라인을 만들었습니다. 가이드라인에 이렇게 나와 있습니다. “You can rhyme ‘chang’ with ‘bang’.” ‘Bang’은 ‘뱅’으로 발음합니다. “‘Chang’은 ‘bang’과 운이 같다”는 뜻으로 ‘(평)챙’이라고 발음하면 된다는 겁니다.
미국인들이 ‘평창’을 발음하는 방식은 크게 ‘평챙’파와 ‘평청’파로 나뉩니다. NBC스포츠 회장은 ‘평챙’으로 결정하면서 이쪽이 ‘더 깔끔한(cleaner)’ 발음이라고 했습니다.
왜 ‘평창’이 아니라 ‘평챙’일까요. 미국인들은 ‘a’를 ‘아’로 발음하는 경우가 거의 없습니다. ‘애’ 또는 ‘에이’로 발음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너무 많은 걸 기대하지 맙시다. 어차피 우리와 언어구조가 다른 외국인이 발음하는 건데 ‘평챙’이건 ‘평청’이건 ‘평창’의 언저리에 있으면 되지 않나요
정미경 국제부 전문기자 전 워싱턴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