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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xt Reality Story] "더 이상 VR은 '재미'만 추구해서는 안된다"

입력 | 2018-01-17 14:11:00


경기도와 경기콘텐츠진흥원(이하 경콘진)이 수원시에 위치한 광교 경기문화창조허브 11층 이벤트홀에 미국의 명문 VR 투자사를 초청, 국내외 VR/AR 시장 동향과 그들의 경험을 들을 수 있는 '미국 VC 투자 라운드'를 열었다. 이번 행사는 경기도 내 VR/AR 기업육성 사업인 'NRP(Next Reality Partners)' 프로그램 중 하나로 미국 유명 투자사의 강연과 함께 개별 투자 상담과 멘토링 등을 통해 기업 역량 강화와 후속 투자 유치를 위해 마련했다.

참고로 NRP는 경기 'VR/AR 창조오디션'에 선발된 기업에게 6개월간 제공하는 맞춤형 엑셀러레이팅 프로그램으로 성장가능성이 높은 스타트업을 발굴해 해외시장 진출부터 후속 투자까지 지원한다. '팀 선발' -> '시드 R&D 자금 제공' -> '티칭섹션 및 멘토링' -> '데모데이 개최' 등으로 진행하는 과정 동안 사무 공간과 법률 상담, 멘토링, 비즈니스 교육 등을 제공한다. 특히, NRP는 경기도, 경콘진과 같은 공공기관뿐만 아니라 구글과 HTC 바이브(Vive), KT 등 국내외 기술 및 플랫폼 미디어 기업과 벤터캐피털 등 총 32개 사가 참여한다.

미국 VC 투자 라운드에서 발표 중인 The VR Fund 티파탓 첸나바신 공동 창업자 (출처=IT동아)


강연에 나선 전문가 3인은 'The VR Fund' 공동 창업자 '티파탓 첸나바신(Tipatat Chennavasin)'과 VR 콘텐츠 개발사 '2049VR'의 '마이클 루이스(Michel Lewis)' 대표, 헬스케어 VR분야에서 주목받고 있는 '비비드 비전(Vivid Vision)'의 '제임스 블라하(James Blaha)' 대표다. 현장에는 NRP 참여 스타트업와 VR/AR 시장에 관심이 많은 사전신청자들이 방문했다. 참가자들은 전문가의 강연을 휴대폰으로 촬영하거나 국내외 VR/AR 시장 전망 자료, VC가 바라는 스타트업 모습 등을 메모하는 등 강연에 집중했다.

이에 IT동아는 전문가 강연 및 개별 멘토링 시간 뒤, The VR Fund의 티파탓 첸나바신을 만나 자세한 이야기를 들었다. The VR Fund는 지난 2016년 1월 플레이퍼스트 CEO 출신인 마르코 데미로즈가 설립해 약 14조 원 규모의 글로벌 대형 투자 컨소시엄 '가상현실벤터캐피탈협회'의 주요 회원사로 활동하고 있다. 이외에도 약 500억 원 규모의 펀드를 자체 운용 중이며, VR/AR 유망주 Top 10으로 꼽히는 전문 기업 가운데 'The Wave VR', 'Owlchemy Labs', 'Sliver TV' 등에 투자를 진행한 바 있다.

미국 VC 투자 라운드에서 발표 중인 The VR Fund 티파탓 첸나바신 공동 창업자 (출처=IT동아)


그는 "2016년 VR 시장 규모는 3억 달러였다. 그리고 모두가 '이제 VR은 끝난 것 아니냐'라고 예상했던 2017년에는 30억 달러로 성장했다. 여기 표가 하나 있다. 2016년과 2017년 VR 콘텐츠, 서비스 등을 제공하는 업체다"라며, "플랫폼, 디스플레이, 인풋 시스템 등 하드웨어 업체와 콘텐츠 유통 및 배포 업체, 게이밍, 소셜, 교육, 헬스케어, B2B 등 콘텐츠와 서비스를 제공하는 개발사로 나눴다. 2017년 가장 투터워진 영역이 바로 콘텐츠 개발 업체, 서비스 제공 업체다. 하드웨어 플랫폼, 유통 플랫폼이 갖춰지면서 실제 콘텐츠와 서비스가 늘어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서 그는 "현재 AR 시장은 VR 성장 초기에 해당한다. 아직 AR 하드웨어가 성숙하지 못했다. HMD가 맞을지, 모바일이 맞을지도 판단내리지 못했다. 아직 AR은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연결하는 생태계 전반을 어떻게 정의내리고 구현할지 고민하는 단계"라며, "VR 시장은 아직 괜찮다. 걱정하지 않았으면 한다. 하던대로, 열심히 집중하면 된다. 시간이 걸린다면, 그만큼 가치를 높일 수 있을 것이다. 다만, 더 이상 슈팅 게임은 그만 선보였으면 좋겠다"라고 강조했다.

미국 VC 투자 라운드에서 발표 중인 The VR Fund 티파탓 첸나바신 공동 창업자 (출처=IT동아)


미국 VR 투자 전문가 '티파탓', "이제 VR/AR은 '재미'만 추구해서는 안된다"

IT동아: 작년 5월 진행했던 GDF2017에서 VR/AR 적용 사례를 예로 들며, 산업 전반의 성장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줬다. 이번 강연에서는 작년 VR/AR 콘텐츠가 본격적으로 늘어나며 시장 규모가 늘었다고 말했는데.

티파탓: VR/AR이 대중들에게 도입되고, 매일매일 사용하는 시기에 접어들었다고 생각한다. 이제는 VR/AR 콘텐츠 품질과 가치를 높여야 하는 시기다. 대중들을 즐겁게 하는, 엔터테인먼트적인 용도로 사용되는 VR/AR 콘텐츠는 시장에 많다. 이제 필요한 것은 일을 잘 할 수 있도록 돕는 VR/AR 콘텐츠가 필요한 시점이다.

IT동아: 그저 즐거운 VR/AR 콘텐츠가 아닌, 다른 산업이나 업무 현장에서 사용할 수 있는 VR/AR 콘텐츠 또는 서비스로는 어떤 것이 있는지.

티파탓: 미국 같은 경우 대표적인 사례는 VR 교육산업이다. 포츈 500대 선정 기업을 포함한 많은 기업이 VR을 도입해 교육하고 있다. 이를 통해 교육 효율성과 작업 능률 속도가 높아졌으며, 교육 받은 내용을 준수하는 준수율 즉, 수용도도 상승했다. 지속성도 강화되었다는 결과가 있다.

The VR Fund 티파탓 첸나바신 공동 창업자 (출처=IT동아)


IT동아: 오늘 멘토링한 국내 스타트업 중 기억에 남는 부분이 있었는지.

티파탓: 하하. 모두 기억에 남는다(웃음). 바쁘게 보낸 하루 일정이었다. 오전에 강연을 끝낸 뒤 바로 오후에 3개 스타트업을 만났는데, 아직 창업 초기로 시장에서 기회를 찾고 있는 단계의 스타트업이었다. 첫번째 스타트업 같은 경우에는 정말 많은 프로젝트를 동시에 진행하고 있었다. 기업 입장에서는 이러한 다양성과 매출을 창출할 수 있는 여러 기회를 중요하게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집중하는 프로젝트가 없다면 정체성을 잃을 수 있다. 또한, 하나의 비전을 세우고 이를 향해 나아가는 방향을 찾는데 문제가 생길 수 있다. 특히, 스타트업에게 중요한 부분이다.

마지막으로 만난 스타트업은 신중하고 좋은 접근 방법을 가졌다고 생각한다. 대부분의 VR 콘텐츠 기업은 '게임'쪽에 집중하고 있다. 하지만, 이 스타트업은 아직 많은 기업이 집중하지 않는 '의료'관련 서비스를 생각하고 있었다. 스마트한 접근법이다. 스스로 보유하고 있는 VR 전문 기술을 타 기업과 다른 시선으로 다른 영역으로 넓혀서 접근했다는 것은 고무적인 일이다.

"스타트업은 한가지 방향성 추구를 잊지 말아야 한다"

IT동아: 한가지 방향에 집중하는 것, 좋은 의미다. 하지만 스타트업은 방향을 잡는 것 자체를 어려워한다. 주변의 조언을 받아야 하는지, 그대로 한 방향을 고수해야 하는지, 어떤 것이 좋을까.

티파탓: 사실 하나의 방향에 집중하기 위해 외부에 조언을 구해야 한다. '이걸 왜 하고 있는지', '내 삶을 여기에 왜 투자하는지'를 생각해야 한다. 그렇게 설정한 하나의 방향에 주변 조언과 의견을 가미하는 것이다. 개인적으로, VR/AR 기술은 세계를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스타트업이 VR/AR 세계를 바꿀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궁금하다(웃음). 뭔가 제품을 만들고, 서비스를 내는 것에 집중한다. 무엇에 집중해야 하는가를 스스로 생각해봐야 한다. 세상을 바꿀 플랫폼, 세상을 바꿀 서비스, 세상을 바꿀 콘텐츠라면, 자연스럽게 제품이 판매되고, 서비스가 알려질 것이다.

미국 VC 투자 라운드에서 발표 중인 The VR Fund 티파탓 첸나바신 공동 창업자 (출처=IT동아)


IT동아: VR 콘텐츠 기업, VR 콘텐츠 스타트업은 VR 시장이 성장했다고는 하나, 아직 직접 체감하는 상황은 아니라고 한다. 혹자는 '그저 기다리는 중'이라고도 하고. 얼마나 더 기다려야 할까.

티파탓: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멘토링 이전 발표에서 40개의 회사가 제공하는 40개의 콘텐츠를 보여드렸다. 이 업체들은 모두 100만 달러 이상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이중 20개 회사는 적자가 아닌 흑자 구조다. 그리고 발표에 보여준 사례는 B2C였다. B2B 사례는 더 많다. 월마트 교육을 VR로 제공하는 업체의 경우, 수백만달러의 수익을 올리고 있다. 초기 단계이지만, 이렇게 성과를 내고 있는 업체가 있다. 스타트업 초기 단계에서 상당히 견고한 성과를 올리고 있는 것이다.

IT동아: 스타트업에게 해줄 말이 있다면.

티파탓: 전세계에서 다른 사람들이 하고 있는 것을 보면서, 전세계를 하나의 R&D 실험실로 봤으면 좋겠다. 그들이 어떻게 실패하고 있는지, 그들이 어떻게 성공하고 있는지를 보는 것이 필요하다.

IT동아: 국내에서 노력하고 있는 스타트업에게 팁을 주고 싶다. 해외 스타트업에게 많은 투자를 진행한 것으로 알고 있다. 그래서 묻고싶다. 왜 해당 스타트업에게 투자한 것인지.

티파탓: 첫 투자인 'Owlcehmy Labs'는 투자를 결정하는데 정말 쉬웠다. 최초의 순수 VR 게임을 개발했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게임 개발사는 (기존에 하던 것을) VR에서 할 수 있는 게임을 만들었다면, VR에서만 할 수 있는 것을 개발했다. 진정한 VR 게임이었다고 생각했기에 선정했다. 창립자들을 만났을 때가 기억난다. 그들이 생각하는 비전은 명확했다. VR의 특이성, 특수성을 잘 이해하고 있었고, 이를 이용해 어떻게 게임을 만들 것인가라는 명확한 비전을 가지고 있었다.

The VR Fund 티파탓 첸나바신 공동 창업자 (출처=IT동아)


많은 업체가 '사운드', '음악'과 관련해 투자를 요청했다. 이중 'The Wave VR' 투자를 결정한 이유는 듣는 것뿐만 아니라 '친구들과 함께 콘서트, 공연장에 간 경험'을 제공한다는 점이었다. 친구들과 함께 음악을 즐길 수 있다는 점이 특이했다. 단순히 콘서트를 VR로 보는 것은 지루하다고 생각한다. The Wave VR은 그래서 특이했다. 창업팀도 중요하게 작용했다. 그들 모두 음악을 즐기는 EDM DJ로 활동하고 있었다. 음악을 즐길 줄 알기에 다른 사람에게 어떻게 전달할지도 안다고 생각했다.

IT동아: 올해 열리는 GDF 2018에 강연자로 다시 초청된다면, 어떤 내용을 전하고 싶은지.

티파탓: 미래의 직장, 미래의 직업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발표하고 싶다. 현재 미국 시장은 큰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 디지털 경제, IT 관련 업계는 호황을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이를 제외한 시장은 갈 길을 잃고 있다. 공장 자동화, 해외 이주 등 여러 요인으로 종사자도 줄고 있는 상태다. 디지털 미래에 대한 인문학적인 이야기가 될지로 모르겠다. '기술을 적용해서 세상을 바꿀 수 있을까?'라는 고민이 담긴 발표가 될 것이다. 아직 머리 속으로 생각하고 있는 단계지만, 보다 구체적인 이야기를 들려줄 수 있었으면 좋겠다.

IT동아: 마지막 질문이다. 슈팅 게임은 정말 이제 그만 개발해야 하나(웃음).

티파탓: Yes. 맞다. 다른 종류의 게임을 개발하길 바란다. 게임을 재창조할 수 있어야 한다. VR 슈팅 게임은 시장에 정말 많다는 것을 기억했으면 좋겠다(웃음).

동아닷컴 IT전문 권명관 기자 tornados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