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는 여자보다 환경보호에 신경을 덜 쓴다. 여자에 비해 상대적으로 쓰레기를 많이 생산하고 재활용을 덜하며 환경을 파괴하는 데 죄의식을 덜 느낀다. 학계에서는 여자가 남자보다 타인에게 더 잘 공감하며 아이가 살 미래를 위해 건강과 안전에 더 많은 주의를 기울이기 때문일 것이라고 해석해 왔다.
남자는 친환경이라고 광고하는 상품도 덜 산다. 친환경 제품을 구매하면 남자답지 못하다는 선입견을 갖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최근 미국 유타대, 노터데임대, 중국 베이징대 등 공동연구진은 이 주제를 보다 깊이 있게 연구했다.
중국 북부지방에 있는 BMW 매장에서 전기자동차 i3를 놓고 실험이 진행됐다. 이전까지 BMW는 i3를 친환경 자동차라고 광고해 왔는데 남성 고객들의 반응이 기대만큼 좋지 않아서 고민이었다. 연구진은 광고 문구를 남성적으로 바꿀 것을 제안했다. ‘환경보호(環保型) 모델’임을 강조하지 말고 안전성을 강조하는 ‘방어형(한衛型)’ 모델이라고 광고하라는 제안이었다. 중국어에서 ‘環保’는 여성적, ‘한衛’는 남성적 느낌의 단어라는 것이 연구진의 설명이다.
비슷한 실험을 미국 월마트에서 진행했을 때도 마찬가지 결과가 나왔다. 특히 남성들에게 분홍색 카드를 전해주는 식으로 성 정체성을 위협하는 듯한 상황을 만들면 그에 대한 반발심으로 친환경 제품 선택률이 현저하게 낮아졌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친환경 제품뿐 아니라 공정무역, 기부, 사회적 공헌 활동 등도 ‘여성적’이라는 선입견을 갖고 있다. 이럴 때 여성성을 상쇄시켜 줄 수 있는 남성적 요소를 더한다면 남성 소비자들의 관심을 끌 수 있을 것이다.
주재우 국민대 경영학과 교수 designmarketinglab@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