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 메디컬 리포트]신생아 중환자실엔 왜 초짜 간호사들만 오나

입력 | 2018-01-18 03:00:00


한 병원 신생아 중환자실에서 한 아이가 진료를 받고 있다. 동아일보DB

이진한 의학전문기자

사상 초유의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집단 사망 사건은 결국 몇몇 의료진에 의한 병원 내 감염 문제로 정리되고 있다. 의료계는 이번 사건을 한 의료기관의 문제로 국한하면 똑같은 일이 반복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이번 사건의 해결책은 두 가지 관점에서 바라봐야 한다.

먼저 그동안 병원에서 관행적으로 해온 의료 행위에 대한 철저한 반성이 필요하다. 미숙아에게 주입하는 종합영양수액(TPN), 스모프리피드(지질영양주사제) 등은 병원 약제부의 약사가 멸균 공간인 ‘클린벤치’에서 조제하거나 소분(小分)한 뒤 포장해야 마땅하다. 하지만 많은 병원은 약사 부족을 이유로 간호사가 영양주사제를 신생아 중환자실에서 조제하는 작업을 관행적으로 해 왔다.

대부분 간호사들이 100mL 병 속에 들어 있는 스모프리피드를 직접 주사기로 10∼20mL씩 빼내 미숙아들에게 투여한다. 해당 제약사가 스모프리피드의 최소 용량을 100mL만 생산하기 때문이다. 주사기로 빼내는 과정에서 균에 감염될 가능성이 있는 만큼 적은 용량의 제품을 생산하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또 대부분 병원에서 전공의 4년 차는 전문의 시험 준비를 이유로 한 달 넘게 병원 일을 면제받는 게 관행이다. 결국 이들이 해야 할 일들을 고스란히 후배들이 나눠 한다. 그러잖아도 의료 인력이 부족한 상황에서 의사의 피로가 누적될 수밖에 없다.

정부 정책의 문제점도 여실히 드러났다. 그동안 정부는 신생아 중환자실의 수가를 10년 전과 비교해 두 배 가까이로 올렸다. 이에 병원들은 신생아 중환자실 병상 수를 늘렸고, 현재 1887병상으로 국내에서 필요한 병상 수에 도달했다.

하지만 병상 수가 늘어난 만큼 의사의 인프라가 따라가지 못하는 것이 문제다. 아니 턱없이 부족하다. 미숙아에게 잘 생기는 질환인 뇌출혈이나 괴사성대장염, 심장질환 등을 치료할 수 있는 병원은 손에 꼽을 정도다.

현재 신생아 중환자실이 설치된 병원은 전국 99곳에 이른다. 하지만 장천공을 실제로 수술하는 소아외과 의사는 이 병원들을 통틀어 12∼20명, 심장질환을 수술하는 소아흉부외과 의사는 15∼20명, 뇌출혈을 치료하는 소아신경외과 의사는 10∼15명 등에 불과하다.

하지만 보건복지부는 이런 전문 의사들이 학회에서 관리하는 세부 전문의라는 이유로 근무 현황 파악조차 못하고 있다. 이렇다 보니 여러 질환을 갖고 있는 미숙아가 태어났을 때 이를 치료해줄 의사가 어느 병원에 있는지 몰라 일일이 병원에 전화를 걸어 확인해야 한다. 병원마다 미숙아에게 어떤 수술이 가능한지 미리 알 수 있는 정보를 알려주는 정부 차원의 알림지원 시스템이 절실하다. 또 신생아 환자가 서울에 집중되다 보니 이 지역 대형 병원의 신생아 중환자실은 늘 북새통을 이룬다.

따라서 일본이나 미국처럼 의료기관별 신생아 중환자실의 시설과 의료진 상황을 면밀히 점검해 등급을 매기는 ‘신생아 중환자실 의료전달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 가령 의료진과 시설 등을 잘 갖춘 우수 등급의 병원이라면 28주 미만의 아주 위급한 미숙아들이 우선적으로 입원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지금은 큰 병원에 ‘심각한 미숙아’와 ‘건강한 미숙아’가 함께 섞여 입원해 있다. 작은 병원에서 심각한 미숙아가 발생해도 큰 병원에 입원할 병상이 없어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하는 상황이다.

또 하나의 문제는 유독 신생아 중환자실에 경험이 부족한 신입 간호사들이 많다는 점이다. 인력 조건이 좋은 ‘간호 1등급’ 병원이라도 한 달 평균 6, 7번의 잦은 야근을 버텨낼 간호사는 많지 않다. 간호사 한 명당 신생아 3, 4명을 돌봐야 하는 상황에서 신생아 중환자실의 간호사들은 3년 이내에 그만두는 경우가 많다. 경험이 많은 간호 인력이 중환자실을 지키는 체계를 만들려면 간호사 한 명당 돌봐야 할 신생아 수를 줄이고, 3년 이상 된 의료진에게 정부가 추가적인 인센티브를 지원하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신생아 중환자실에 입원한 미숙아에게 사용하는 융포나 주사기, 기저귀, 산소포화도 센서기, 석션팁(suction tip) 등은 일회용 소모품인 만큼 의료수가에 포함돼 있지 않다. 이 때문에 병원은 감염에 취약한 값싼 제품을 쓰거나 기저귀와 물티슈 등을 보호자에게 직접 사 오도록 하기도 한다. 이는 의료수가를 조정해 해결해야 할 문제다.

많은 의료진은 간호사 한 명이 신생아 1, 2명을 담당해야 한다고 말한다. 심각한 중증 미숙아라면 간호사 2명을 배정할 수도 있어야 한다. 감염 관리를 잘한 병원엔 가산점을 줘 이것이 수익과 이어지는 구조로 바뀌어야 한다. 물론 현실은 녹록지 않다. 이제라도 정부와 관련 학회가 머리를 맞대야 한다. 신생아 중환자실은 중증외상센터 못지않게 중요하면서도 열악한 곳이다.

―이진한 의학전문기자 likeda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