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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3이 적당’ vs ‘낡은 기준’… 영어교육, 언제 시켜야 할까

입력 | 2018-01-18 03:00:00


현행 교육과정에 따르면 영어는 초등학교 3학년부터 배우게 된다. 초등학교 1, 2학년에 이어 유치원·어린이집 영어 방과후 수업 금지가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것은 ‘공교육 정상화 촉진 및 선행교육 규제에 관한 특별법’(선행학습금지법) 적용으로 규제 대상이 됐기 때문이다.

초등 교육과정에 처음 영어가 정규과목으로 도입된 것은 1997년 7차 교육과정부터다. 이후 약 20년간 영어교육 시작의 적기는 초등 3학년이 정설로 받아들여져 왔다. 모국어를 완벽히 습득하지 않은 유아의 외국어 학습 효과가 떨어진다는 학계 의견을 반영했다.

15일 국회에서 열린 영어 방과후 수업 금지 정책간담회에서 권영민 교육부 교육과정정책과장은 “(초등 3학년 영어 정규교육이 도입된) 7차 교육과정은 45억 원의 예산을 투입해 전문가 1만4000여 명이 참여해 만들었다”며 “당시 초등 3학년부터 영어를 배우는 것이 적절하다는 결론이 내려졌고, 이는 국민적 합의라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오경미 유아교육정책과 연구관은 “세계적으로도 초등 3학년부터 영어교육을 시작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초등 1, 2학년 영어 수업과 관련한 헌법재판소 결정도 있다. 2016년 2월 영훈초교 학부모들이 제기한 초등 1, 2학년 영어수업 금지 처분 위헌 소송에 대해 헌재는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합헌 결정했다. 헌재는 “초등 1, 2학년 시기 영어를 가르치면 한국어 발달과 영어교육에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는 전문가 의견을 반영한 것”이라고 밝혔다. 우남희 전 육아정책연구소장은 “유아기는 외국어 교육의 적령기가 아니다”며 “이미 동시통역 기기가 나오는 시대에 외국어 학습보다는 놀이를 통해 창의성을 키우는 것이 낫다”고 말했다.

교육과정이란 발달 단계에 따라 배워야 할 교과목의 우선순위를 정하는 것이므로 절대적 기준은 아니라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시대 변화에 따라 영어교육 적기가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미 영어가 일상화된 상황에서 공교육에서 영어를 배우지 못하도록 하면 계층 간 영어 격차가 더욱 벌어질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방과후 영어수업 금지 방침을 두고 “스타벅스(Starbucks) 간판을 금지해라”, “공공기관부터 KTX 등 영어 단어 사용하지 말아야” 등의 여론이 들끓었던 이유다.

1997년 영어교육 시작 시기를 중학교에서 초등학교로 앞당긴 것은 당시만 해도 시대를 앞선 획기적인 교육 개혁이었다. 안병영 전 교육부 장관은 자신이 펴낸 책 ‘5·31 교육개혁 그리고 20년’에서 “초등 영어교육은 세계화 추세에 비추어 누구도 피할 수 없는 시대적 과제라고 생각했다”고 회고했다. 찬반 논란의 근거도 지금과 다를 바 없다. 찬성 측에서는 “세계화 시대에 필요한 능력”이라고 했고, 반대 측에서는 “사교육 팽창이 우려된다”고 주장했다. 결과적으로는 둘 다 맞는 예측이 된 셈이다.

김정렬 한국교원대 교수는 “영어교육은 문화교육의 일환으로 바뀌었고, 영어는 원어민처럼 영어를 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타 문화를 이해하기 위한 일종의 세계어로 배우는 것”이라며 “유아와 초등 영어교육은 과거처럼 영어 단어와 문법을 달달 외우는 공부가 아닌 만큼 유연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했다.

우경임 기자 wooha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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