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역할은 대한민국이라는 거대한 여객선의 작은 나사못이다. 나사못의 임무는 배가 어디로 가는지를 걱정하기보다는 자신이 맡은 철판을 꼭 물고 있는 것이다.”
최근 ‘검사내전’(부키)을 출간한 김웅 인천지검 부장검사는 한 선배 검사의 말을 인용하며 자신의 직업관을 이같이 밝혔다. 검사 하면 으레 떠오르는 “정의가 강물처럼 흐르도록”, “법률가의 양심으로”와 같은 멋들어진 구호와는 거리가 멀다.
특수부처럼 언론의 조명을 받는 부서가 아닌, 잡다한 수많은 사건을 처리해야 하는 형사부에서 오랜 기간을 보낸 그는 스스로 “생활형 검사”라고 말한다. 그러나 거머리처럼 중소기업의 돈을 빼먹는 악질 사기꾼과 보험사기를 부추기는 불량병원 등을 집요하게 수사해 법정에 세운 그를 보면서 ‘생활형’이라는 말이 부정적인 의미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언젠가는 ‘생활형’이라는 칭호가 최고의 찬사가 되리라 기대해 본다.
유원모 기자 onemor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