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쓰코시도 조선은행도 하늘에서 굽어보니 차별이 없다”
제2한강교(양화대교) 개통식을 다룬 동아일보 1965년 1월 25일자(위 사진). 기사 속 사진은 동아일보가 1963년 도입한 취재용 경비행기 ‘파랑새호’에서 찍은 것이다. 동아일보DB
하늘에서 경성을 내려다보는 이길용 기자(훗날 ‘일장기 말소사건’의 주역)의 시선이 작은 기와집이 모인 북촌에서 남산 아래 일본인들이 모여 사는 넓고 높은 집들로 옮겨간다. 기사는 1933년 6월 5∼26일 12회에 걸쳐 연재된 ‘신록의 대(大)경성 부감기(俯瞰記)’ 6회다.
조선의 어느 언론사도 아직 취재용 비행기를 갖고 있지 않던 때였다. 동아일보는 경비행기 ‘샘슨 2A2’를 전세 내 경성의 항공촬영 사진을 보도했다. 사진은 본보 사진반원 문치장이 찍었다. 인쇄 기술의 한계 탓에 화질이 오늘날처럼 선명하지는 않지만 당시 독자들에게 하늘에서 내려다보는 새로운 시각 경험을 제공한 것이다.
파랑새호는 이후 4년 동안 1963년 대통령선거와 1964년 가평 버스 추락사고, 1965년 제2한강교(양화대교) 개통 등의 취재에 활용됐다. 파랑새호에서 촬영한 항공 사진은 압도적인 비주얼로 여러 차례 동아일보의 1면을 장식했다. 파랑새호는 지금은 삼성화재교통박물관(경기 용인시 처인구)에 기증돼 전시되고 있다.
이처럼 대형 사건이나 자연재해가 일어났을 때 동아일보가 만든 전면 사진 화보는 세인들의 눈길을 끌었다. 1922년 황해도 수해, 1925년 을축년 대홍수, 1933년 8월 대형 태풍 발생 당시 현장 사진을 담은 화보로 막심한 피해를 전 조선에 시각적으로 알리고 구호와 위문을 이끌었다. 1926년 6월 6·10만세운동을 촉발한 순종 인산을 보도한 화보는 끝없이 이어지는 애도 행렬과 긴장된 분위기를 그대로 전해준다.
조종엽 기자 jj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