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9월 8일 주당 59.93달러였던 주가가 이달 17일 17.35달러로 떨어졌다. 출처 뉴욕증권거래소(NYSE)
조은아 국제부 기자
존 플래너리 CEO가 16일 한 회의에서 “필요하다면 분사하겠다”고 밝혔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이르면 올봄 우리 회사의 ‘캐시카우’였던 항공, 발전, 헬스케어 자회사가 떨어져 나가 기업공개(IPO)를 할 거라는 말이 돕니다. 회사를 분사한다고 망하는 건 아닙니다. 경쟁사인 독일 지멘스도 이미 조명사업을 분리했고 헬스케어 부문 IPO를 준비하지 않습니까. 그래도 미국 간판 대기업이던 우리 회사가 우리의 상징이던 큰 몸집을 갈기갈기 떼어내자니 안타깝기만 합니다. 게다가 2000년 9월 60달러에 육박하던 주가가 17일(현지 시간) 17.35달러라고 하네요.
일단 이렇게 되기까지 불가피했던 사정을 이해합니다. 우리 회사가 혁신을 꾀하려 금융사업을 열심히 키웠지만 애석하게도 2008년 금융위기가 터졌죠. 그 바람에 우리 자회사 GE캐피털을 통해 투자한 오피스빌딩 등 부동산 사업에서 막대한 손실을 봤습니다. 운이 안 좋았던 측면이 있습니다.
연구개발(R&D)에 소홀했으니 비전도 부족할 수밖에요. 매출에서 R&D가 차지하는 비중이 4%대라니요. 구글 모회사인 알파벳(16%), 아마존(12%)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합니다. 생전에 보지도 못했던 회사들이 이렇게 열심히 하는데 100년 넘는 역사가 부끄럽지 않나요! 회사 설립 이념을 잊은 건가요. 우리의 태생은 끊임없는 연구를 통한 발명입니다. 이번에 구조조정을 하더라도 R&D는 신경을 써주세요.
R&D 부족에 따른 비전 부족은 무분별한 확장으로 이어졌습니다. 앞길은 모른 채 달려야 한다는 압박감을 느끼면 엉뚱한 방향으로 뛰기 쉽죠. 미 언론 블룸버그통신은 “GE는 시장을 잘못 전망해 에너지와 전력 부문에 과도하게 투자했다”고 꼬집었네요. 잘 새겨듣길 바랍니다.
조직을 확대하는 데 급급하기보단 우리의 모태를 잘 키웠으면 어땠을까요. 제가 일군 조명 사업은 이제 매출의 2%밖에 안 됩니다. 초기 명성을 날린 가전 사업은 2년 전 매각돼 버렸더군요. 혁신을 하더라도 우리의 특기를 기반으로 새로운 변주를 만들어냈어야 하지 않을까요. ‘전구 없는 GE는 전화 없는 AT&T, 셰보레 없는 제너럴모터스(GM)와 같다’는 CNN방송의 충고가 아프기만 합니다.
스타 CEO들의 자만함은 방만한 경영을 낳기도 했습니다. 제프리 이멀트 전 CEO는 해외 출장 때 고장 날 경우 급히 쓸 수 있는 비상용 비행기까지 전용기를 두 대씩이나 띄웠다고 하죠. 간부들을 위한 화려한 행사 등 정말 불필요한 지출이 많았던 게 사실입니다.
저는 생전에 대학 교육이 현실과 동떨어져 경멸했지만 최근 한 연구 결과를 여러분께 꼭 소개해주고 싶습니다. 에밀리 펠드먼 미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 교수 연구에 따르면 오히려 사업 다각화를 자제해야 사업 운영이나 자금 조달 측면에서 더 효과적이라네요. 우리는 흔히 어떤 기업이 분사한다고 하면 ‘아, 저 기업은 실패했구나’라고 생각하고, 반대로 인수합병 뉴스가 터지면 ‘와 잘나가네’라고 하지만 현실은 반대일 수 있는 거지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할 때입니다.
사람들은 우리가 실패했다고 말하지만 실패라고 부르기엔 이릅니다. 사람들이 자주 인용하는 제 명언을 기억해주세요.
‘실패한 사람들은 포기할 때 자신이 성공에 얼마나 가까이 와 있었는지 모른다.’
조은아 국제부 기자 ach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