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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바이 서울!/조현일]괸당, 관계 맺기 과정일뿐

입력 | 2018-01-19 03:00:00


조현일

‘빵∼’ ‘빵∼’.

아직 이른 아침인데 신경질적인 경적소리가 조용한 시골마을을 가득 채운다. 곧이어 짜증이 섞인 말투가 큰 소리로 들려온다. “길을 막고 있으면 어떻게 해. 빨리 차 빼. 굴러온 돌이 박힌 돌 쳐내는 것도 아니고, 이것이 너희들 길이야. 면사무소에 통행방해로 신고하겠어.”

본채 옆에 들어서고 있는 렌트하우스의 지붕공사를 하기 위해 자재를 내리려고 크레인이 공사 현장에 들어왔다. 고민 끝에 우회도로가 있는 곳에 안내인을 배치하고, 길가에 덩치가 큰 크레인과 25t 트럭을 세우고 작업했다. 20여 분이면 끝날 작업이고, 우리 현장 뒤로 400m만 돌아가면 나오는 우회도로가 있다.

안내인이 죄송하다는 말과 함께 조금 우회하라고 권해도 무작정 들어오는 사람도 있다. 여러 번 정중하게 양해를 구해도 한사코 차량을 비켜주길 원해 작업하던 크레인의 붐대를 접고 다리를 접었다. 10여 분이 걸려 길을 비켜줬다. 1분이면 돌아갈 수 있는 길이 있는데, 더 오랜 시간을 걸려 화를 내며 꼭 그 길을 지나가야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기사들에게 연신 죄송하다는 말을 하고, 다시 작업을 하고 있을 때 반대 방향에서 다시 그 차량이 들어온다. 나가는 통로가 있음에도 굳이 유턴을 해서 우리 현장 쪽으로 다시 들어온 것이다. 20여 분이면 끝낼 작업이 1시간이 넘었다.

제주 온 지 4년 만에 ‘굴러온 돌’이라는 말을 처음 들었다. 귀농이나 귀촌을 결심한 사람들이 걱정하는 게, 주변 사람들과의 융화일 것이다. 제주에서의 텃세를 걱정해서 이주를 꺼리는 사람도 있다. 사실 텃세가 없는 곳은 없다. 텃세란 어떻게 보면 이웃으로 받아들이기 전에 겪는 시험대다.

제주 이주가 붐이 되면서 이제 육지 사람도 제주의 ‘괸당’ 문화를 알고 있다. 내가 생각하는 괸당은 좀 더 끈끈한 이웃이나 친척 정도의 인간관계인 것 같다. 제주에서 제사를 지낼 땐 친척뿐 아니라, 이웃들과 같이 참석해 식사를 나눈다. 나도 여러 번 참석했다. 미리 괸당 문화에 겁을 먹을 필요는 없다. 한곳에 살다보면 이주인도 자연스레 괸당이 형성된다.

아는 형님이 와서 넋두리를 풀어놓는다. 업체에 공사금액의 80% 정도를 지급했는데 공사 도중 책임자가 시간을 끌고, 추가 금액만 요구했단다. 좋은 가격에 집을 지어주겠다며 접근해서 돈만 챙기고 떠나거나 싸구려 자재로 집을 지어 건축주를 우롱하는 사례는 정말 허다하다.

세상 모든 일은 다 사람이 한다. 어떤 사람은 꿈을 안고 제주에 들어온 사람의 마음과 돈을 이용해 거래하고, 땀 흘려 노력해 한곳에 뿌리를 내리는 사람을 자신의 이익을 내세워 쳐내기도 한다. 사실 이런 사람들은 어느 곳, 어느 시대에나 존재했다. 중요한 건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답은 사람에게 있다는 것이다. 복잡한 마음이 생길 때 팔순은 족히 되는 삼촌이 무심히 건네는 귤 두어 개에 눈 녹듯이 그런 마음이 사라진다.
 
조현일

※필자는 서울, 인천에서 입시학원을 운영하다 2년 전 제주로 이주해 여행 숙박 관련 사업을 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