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자신과 마주할 때가 마냥 행복하고 즐겁다면 그건 고독으로 분류가 가능하다. 혼밥 먹방의 진수를 보여준 일본 인기 만화의 제목이 ‘외로운 미식가’가 아닌 ‘고독한 미식가’인 이유다. 21세기 들어 외로움은 개인적 불운이 아니라 국가적 관심과 대책이 필요한 사회적 이슈로 떠올랐다. 우울증 치매 같은 심각한 만성질환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은 것은 물론 지난해 영국에선 외로움이 하루 담배 15개비 흡연만큼 해롭다는 보고서도 나왔다.
▷최근 영국의 테리사 메이 총리는 외로움 담당 장관(Minister for Loneliness)을 신설해 스포츠·시민사회 장관이 겸직하도록 했다. 2016년 극우 성향 외톨이에게 살해된 조 콕스 의원이 생전에 주도한 위원회(Loneliness commission)를 정책으로 연계하려는 조치다. 75세 이상 영국인 중 절반이 혼자 생활한다. 외로움으로 고통을 겪는 인구가 900만 명에 이른다는 현실을 무겁게 받아들인 결과다. 지금 한국 사회는 혼술 혼밥 등을 새로운 놀이 트렌드처럼 여기는 분위기지만 언젠가 비슷한 고민을 하게 될 터다.
고미석 논설위원 mskoh1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