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석 철학자
신년 벽두에도 우리는 뭔가 새로이 시작했습니다. 새로운 계획을 세우고 새로운 다짐을 했지요. 이럴 때면 상기하는 금언이 있습니다. 시작이 반(半)이다. 일단 시작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뜻입니다. 또한 잘 시작하면 반쯤 성공이라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시작이 반이라면, 나머지 반은 무엇일까요. 끝 또는 마무리라고 합니다. 무슨 일에서든 일의 시작과 함께 일의 끝을 맺는 마무리가 중요합니다. 그러나 시작된 일이 끝에 이르려면 ‘과정’이 필요합니다. 시작과 마무리 사이에는 과정이 있습니다.
그러나 과정이 시작을 끝에 이어주지 못하면 그 시작은 없는 것과 같습니다. 시작은 아무것도 아닐 수 있는 거지요. 여기에 이른바 ‘작심삼일’의 경고가 있는 겁니다. 끝이 좋아야 모든 것이 좋다는 말이 있습니다. 하지만 끝은 시작과 과정이 있어야 존재합니다. 그래서 끝 또한 아무것도 아닐 수 있습니다.
과정은 어떤 일의 반을 차지하는 것도 모든 것도 아니지만, ‘언제나 의미 있는 무엇’일 수 있습니다. 모든 일의 완성은 과정의 필연적 결과입니다. 우연히 시작할 수 있지만 우연히 지속되는 과정은 없습니다.
과정이 중요한 이유는 무엇보다도 반성과 수정의 가능성 때문입니다. 첫 단추를 잘 끼워야 한다는 금언이 있습니다. 역시 시작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말이지요. 하지만 첫 단추를 잘못 끼워도 과정에서 반성이 있으면 다시 잘 맞춰 끼워 갈 수 있습니다.
반면 과정이 부실할 때, 잘못 끼운 첫 단추는 마지막에 이르기까지 고칠 수 없게 됩니다. 마지막에 단추가 하나 남거나 아니면 단춧구멍이 하나 남게 되는 ‘마무리 불가’의 상황은 첫 단추 끼우기의 실수에만 기인하지 않지요. 과정에서 잘못을 발견하지 못하거나 수정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반면 과정에 충실하면 다음 단추를 끼울 때 잘못을 반성하고 수정하면서 훌륭한 마무리를 할 수 있습니다.
한 해를 시작하면서, 한 주를 시작하면서, 또한 하루를 시작하면서, 우리는 새로운 다짐을 합니다. 시작은 감정적이고 충동적일 수 있지만 성실한 과정은 시작의 의지에 성찰을 얹어줍니다. 과정은 시작한 일을 완성에 이르도록 하는 경로입니다. 과정이 곧 삶의 길이요, 도(道)인 것이지요. 과정을 위해 노력하는 것, 그것이 곧 ‘일상생활에서 도 닦기’입니다.
김용석 철학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