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與일부의원 종부세 인상법안 발의… 기재부 “합의된 것 아니다”

입력 | 2018-01-22 03:00:00

세금 낮춰주던 ‘80% 적용’ 폐지… 다주택자 보유세 부담 크게 늘듯
1주택 대상은 9억→12억 완화… 기재부는 “조세특위서 논의” 진화
與주도 부동산 세제개편 가능성도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일부 의원들을 중심으로 다주택자의 세 부담을 대폭 늘리는 종합부동산세법 개정안을 발의함에 따라 부동산 보유세 개편 내용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정부는 1, 2월에 출범할 대통령 직속 조세재정특별위원회에서 논의할 사안이라며 의원 입법안과 선을 긋고 있다. 하지만 지난해 7월 추미애 민주당 대표가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법인세 인상의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세제 개편이 급물살을 탔던 것처럼 부자증세 논의가 본격화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박주민 민주당 의원이 이달 19일 대표 발의한 종부세법 개정안은 △공정시장가액 비율(80%) 폐지로 다주택자에게 적용하는 세금부과 기준금액(과표) 상향 △세율 인상 △1가구 1주택자에 대한 공제금액 상향 조정을 뼈대로 한다. 추 대표, 노웅래, 이해찬 의원 등 민주당 의원과 정동영 국민의당 의원 등 총 19명이 공동 발의했다.

당론은 아니지만 과표를 높여 다주택자의 보유세를 늘리는 내용 등이 정부의 보유세 인상 기조와 일치한다.

현재 다주택자의 경우 보유 주택의 공시가격 합계에서 6억 원을 뺀 뒤 공정시장가액 비율 80%를 곱해서 과표를 산출한다. 예를 들어 A 씨의 다주택 공시가격 합이 10억 원이라면 공제액 6억 원을 뺀 4억 원에 80%를 곱한 3억2000만 원이 과표가 된다. 이 과표 구간에 해당하는 종부세율 0.5%를 곱한 160만 원이 종부세액이다.

개정안이 처리되면 공정시장가액 비율(80%)이 없어진다. A 씨 보유 주택의 과표는 공시가격 합산액(10억 원)에서 공제금액(6억 원)을 뺀 4억 원으로 현행보다 8000만 원 높아진다. A 씨가 내는 종부세도 200만 원(4억 원×0.5%)으로 40만 원 늘어난다.

반면 20억 원 이하 집 1채만 보유한 사람의 부담은 줄어들 수 있다. 개정안에서 1주택자의 과표를 산정하기 위해 공시가격에서 공제하는 금액을 현행 9억 원에서 12억 원으로 늘리기로 했기 때문이다. 1주택 공시가격이 12억 원 이하라면 종부세가 면제되는 셈이다. 박 의원은 “2005년 종합부동산세 신설 당시의 과세 구간을 참고해 조정한 것”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현재 과표 구간에 따라 0.5∼2.0%인 종부세율은 0.5∼3.0%로 상향 조정될 가능성이 있다.

법안대로 종부세 체계가 바뀌면 다주택자와 20억 원을 초과하는 고가주택 소유자의 세금 부담은 크게 오를 것으로 보인다.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과표 구간 6억 원 초과∼12억 원 이하인 주택을 보유한 다주택자는 1인당 세 부담이 현행보다 264만 원 늘어난다. 과표 구간 12억 원 초과∼50억 원 이하인 다주택자는 1인당 1164만 원꼴로 세금이 증가한다.

여당의 종부세 개정안에 대해 정부는 여당과 합의된 사항은 아니라며 유보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여당안(案)일 뿐 정부안은 아니라면서 “공정시장가액비율 폐지는 시행령으로도 가능해 법안을 발의할 필요가 없고 보유세 등은 조세재정특위에서 논의한다는 방침에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박 의원도 “이번 입법안이 여당의 입장을 대표하는 것은 아니지만 관련 논의를 진전시키는 선도적인 방안으로서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경제계는 여당의 개정안 발의가 부동산 세제 개편의 신호탄이라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청와대와 정부가 보유세 인상 필요성을 수차례 언급한 상황에서 처음으로 구체안이 제시된 만큼 향후 논의가 급진전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다주택자에게 강남에 집 한 채만 보유하라고 신호를 주는 셈”이라고 말했다.

세종=최혜령 herstory@donga.com / 박성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