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들에게 꿈을 묻다]<14> 16세 피겨 샛별 알리나 자기토바
지난해 12월 일본 나고야에서 열린 국제빙상경기연맹(ISU) 피겨스케이팅 그랑프리 파이널에서 만난 알리나 자기토바(16·러시아)는 올림픽 출전에 강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러시아 피겨 여자 싱글의 ‘샛별’로 불리는 그는 그랑프리 파이널 우승을 차지한 뒤 “이번 대회에는 세계 1위 예브게니야 메드베데바(19·러시아)가 빠졌다. (올림픽) 메달 전망은 러시아선수권 등 올림픽 전까지 남은 대회의 결과를 봐야 알 것 같다”고 말했다.
그랑프리 파이널에 이어 러시아선수권까지 제패한 자기토바는 부상에서 복귀한 메드베데바와의 맞대결이 펼쳐진 유럽피겨선수권에서도 정상에 우뚝 섰다. 자기토바는 21일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끝난 유럽선수권에서 총점 238.24점으로 메드베데바(2위·232.86점)를 제쳤다. 2015년 11월 이후 출전한 모든 대회(13개·개인전 기준)에서 우승했던 메드베데바의 독주를 저지한 것이다.
자신의 보물 1호인 휴대전화를 손에 꼭 쥐고 기자 회견장을 나서고 있는 알리나 자기토바. 나고야=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
이번 시즌 시니어 무대에 데뷔한 자기토바는 강한 체력과 점프 능력을 바탕으로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자기토바의 프로그램 구성 난도는 메드베데바를 능가한다. 그는 가산점이 주어지는 경기 후반부에 모든 점프를 뛰는 괴력을 보여준다. 여자 싱글에서는 쇼트프로그램(2분 30초∼2분 50초)과 프리스케이팅(3분 50초∼4분 10초) 경기 중 절반을 넘어선 시점에 점프를 성공시키면 가산점을 준다. 대한빙상경기연맹 관계자는 “체력 안배를 위해 대부분의 선수는 경기 초반에 난도 높은 점프를 뛰지만 자기토바는 모든 점프를 후반부에 배치해 고득점을 노린다”고 평가했다. 이번 대회에서도 자기토바는 프리스케이팅에서 7개의 점프를 경기 후반부에 배치해 모두 가산점을 챙겼다. 반면에 메드베데바는 5개의 점프를 후반부에 배치했다.
일각에서는 자기토바가 예술성을 포기하고 점프 기술만 앞세워 고득점을 노린다고 지적한다. 이에 대해 자기토바는 “모든 점프는 음악과 조화를 이뤘고 그에 맞춰 점수를 획득했다. 음악적 감성을 점프로 보여주기 때문에 예술성이 부족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자기토바의 이름인 ‘알리나’는 아버지가 러시아 리듬체조 스타이자 2004년 아테네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인 알리나 카바예바(35)의 이름을 따라 지은 것이다. 자기토바는 “아버지는 내가 태어난 뒤 1년 정도 이름을 결정하지 못하셨다. 그러다가 카바예바의 연기를 본 뒤 내 이름을 알리나로 정하셨다”고 말한다. 그는 “카바예바는 내 롤모델이다. 나는 그의 경기 영상 등을 모두 챙겨 봤다. 카바예바처럼 올림픽에서 훌륭한 기록을 남기고 싶다”고 말하며 밝게 웃었다.
나고야=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