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선수권 자기토바에 밀려 2위… 점프 착지 불안 등 실전감각 떨어져
피겨스케이팅 여자 싱글 세계 1위 예브게니야 메드베데바가 한국 가수 엑소의 모습이 담긴 ‘엑소 빼빼로’를 들고 있는 모습. 사진 출처 메드베데바 트위터
미국 NBC는 21일 끝난 국제빙상경기연맹(ISU) 피겨스케이팅 유럽선수권의 결과를 이렇게 요약했다. 최근 2년 동안 패배를 몰랐던 메드베데바가 신예 알리나 자기토바(16·러시아)에게 왕좌를 내주며 2위로 내려앉았기 때문이다.
김연아의 은퇴 이후 피겨 여자 싱글에서 독주 체제를 갖췄던 메드베데바는 부상으로 상승세가 꺾였다. 그는 지난해 말 오른 발등뼈 미세 골절로 인해 그랑프리 파이널과 러시아선수권(이상 지난해 12월)에 불참했다. 러시아빙상연맹은 전담 의사를 배정하는 등 메드베데바의 부상 회복을 위해 전폭적인 지원을 했다.
메드베데바는 한국 가수 ‘엑소’와 ‘방탄소년단’의 팬으로 알려져 있다. 그는 엑소의 음악 등에 맞춰 춤을 추는 영상을 자신의 개인 유튜브에 올리기도 한다. 한국에서 열리는 평창 올림픽에 대한 기대가 큰 그는 남은 시간 동안 문제점을 보완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각오다. 메드베데바는 “두 달간의 부상 공백치고는 괜찮은 결과인 것 같다. 올림픽까지 시간이 많이 남지 않았지만 최선을 다해 훈련하겠다”고 말했다.
자기토바와 메드베데바는 같은 스승(예테리 투트베리제 코치)의 지도를 받고 있다. 한솥밥을 먹고 있는 두 선수는 평창 올림픽에서 단 하나의 왕좌를 놓고 경쟁을 펼친다. 평소 훈련 때는 돈독한 선후배 사이로 지내는 둘이지만 올림픽이 다가오면서 미묘한 신경전이 펼쳐지고 있는 모양새다. 자기토바는 “메드베데바는 좋은 친구다. 우리는 서로에게 용기를 북돋아준다”면서도 “훈련은 우리에게 게임과 같다. 메드베데바가 세 번 연속 3회전 점프를 성공시키면 나도 똑같은 것을 성공시키기 위해 노력한다”고 말했다. 반면에 메드베데바는 “나는 언제나 ‘내 길만 똑바로 걸어가면 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피겨는 개인운동이기 때문에 스스로에게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