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정훈 출판평론가
평준화 지역에서 실시되던 연합고사, 즉 고입선발고사 대비에는 ‘…년간 총정리’가 인기였다. 예컨대 ‘17년간 총정리’라면 그 전 17년 동안 출제된 기출 문제를 정리한 것이다. 그 시절 대입 예비고사 및 학력고사 수석 학생들은 이렇게 말했다. “교과서를 중심으로 공부했다.” 교과서를 중심으로 공부했지 교과서만으로 공부한 건 아니라는 것. 기초를 충실하게 다지며 참고서를 봤다는 뜻이다.
학교가 있으면 교과서가 있고 시험이 있으면 참고서가 있다. 조선의 과거 시험도 예외는 아니었다. 유교 경서를 과거 시험용으로 엮은 ‘삼경사서강경(三經四書講經)’이나 ‘강경초집(講經抄集)’이 인기였다. 논술에 해당하는 책문(策問) 시험에 대비하기 위해 문제집과 모범답안집을 겸한 ‘동국장원책(東國壯元策)’과 ‘동국장원집(東國壯元集)’을 공부했다. 그동안 출제된 문제만 따로 정리해 놓은 ‘과제각체(科題各體)’, 답안 문장 쓰는 법을 담은 ‘과문규식(科文規式)’도 있었다.
국민 독서 실태 조사에서 ‘일반도서’는 교과서, 참고서, 수험서, 잡지, 만화를 제외한 종이 책을 뜻한다. 이렇게 일반도서에서는 제외되지만 참고서는 거의 모든 사람이 읽는 책일뿐더러 한 시대 공교육의 내용과 제도를 반영한다. ‘국민은 그들 수준에 맞는 정부를 갖는다’고 한다. 한 사회는 그 교육의 수준에 맞는 참고서를 갖는다.
표정훈 출판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