밴드 ‘전범선과 양반들’의 신작을 온전히 이해하려면 다음 작품들을 함께 음미하는 게 좋다.
2014년부터 서울 홍익대 인근에서는 상투를 튼 청년들이 풍물북을 치며 록을 연주한다는 괴이한 풍문이 들렸다. ‘조선 록(rock)’의 창시자라는 세간의 평답게 노래 제목도 이랬다. ‘이리 오너라’ ‘보쌈’ ‘칠석’ ‘구운몽’…. 최근 3집을 낸 멤버들을 만났다. 통일부 주최 ‘유니뮤직레이스’ 우승으로 포상 외박을 나온 리더 전범선(27)은 까까머리에 군복 차림이었다. 2018년의 한국적 록이 무엇이냐 묻고자 했다.
전범선은 “이 모든 게 그저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받았다. “도어즈, 레너드 코언, 파더 존 미스티…. 고금의 음악가가 셰익스피어부터 조지 오웰까지 다양한 옛것을 노래에 녹였습니다. 그리할 진대 제가 구운몽이나 물레방아 얘기를 하는 게 그리 주목할 것인지를 저는 모르겠습니다.”
영국 옥스퍼드대학교 역사학 석사 출신의 리더 전범선(27)을 주축으로 ‘양반 록(rock)’을 주창하며 2014년 결성된 록 밴드 ‘전범선과 양반들’
전범선은 그해 말 카투사로 입대했다. ‘유니뮤직레이스’ 우승 곡 ‘전선을 간다’는 경기 동두천의 부대에서 15분 만에 쓴 곡이다. “비 맞은 소요산을 보는데 ‘저 산 뒤에도 저처럼 산을 바라보는 장병 친구들이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멜로디를 기억했다가 휴가 때 출품했는데 우승까지 차지할 줄은 몰랐다고 했다.
영국 옥스퍼드대학교 역사학 석사 출신의 리더 전범선(27)을 주축으로 ‘양반 록(rock)’을 주창하며 2014년 결성된 록 밴드 ‘전범선과 양반들’
3집 타이틀곡은 천안삼거리를 변형한 ‘뱅뱅사거리’. ‘천안삼거리 흥~흥~’ 하던 양반은 서울 서초구에서 ‘뱅뱅사거리 뱅~뱅’ 한다. “‘혁명가’가 직선이라면 방랑가는 뱅뱅 도는 곡선이지요.” 노래 ‘만다라’에서는 ‘옴마니 반메홈’을, ‘서울의 예수’에선 ‘알렐루야’를 읊조린다. “예수, 마호메트, 석가모니 모두 방랑을 합니다. 깨달음의 길입니다.”
영국 옥스퍼드대학교 역사학 석사 출신의 리더 전범선(27)을 주축으로 ‘양반 록(rock)’을 주창하며 2014년 결성된 록 밴드 ‘전범선과 양반들’
임희윤기자 im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