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사립대는 최근 외국 대학의 교수를 채용하려다 불발됐다. 수년간 교수 임금이 동결되면서 외국 대학과의 임금 격차가 커졌고, 해외 인재를 데려오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B대 관계자는 “모교 졸업생조차 한국보다 임금을 더 많이 받을 수 있는 홍콩, 싱가포르를 선택하고 있다”고 말했다.
등록금 동결, 입학금 폐지, 최저임금 인상까지 사립대들이 ‘삼중고’를 겪으면서 부글부글 끓고 있다. 이대로 가면 “교육의 질 저하를 막을 수 없다”는 위기감도 토로한다.
서울 주요 사립대는 2018학년도 등록금을 동결할 예정이다. 올해 등록금을 1.8%(3년간 평균 물가상승률의 1.5배)까지 올릴 수 있지만 인상할 경우 국가장학금을 지원받을 수 없고 정부 지원 사업에서 불이익을 받는다. 사실상 동결 외에는 선택의 여지가 없다. 지난해 1인당 평균 등록금은 국립대 413만 원, 사립대 739만 원으로 2010년 이후 제자리다.
2022년까지 입학금을 단계적으로 폐지하기로 하면서 재정 압박은 심해졌다. 여기에 최저임금 한파까지 불어닥쳤다. C대 관계자는 “입학금 폐지와 최저임금 인상 효과를 계산해 보니 연간 100억 원의 지출이 늘어난다”고 말했다.
최근 고려대 연세대 홍익대 숭실대 동국대 등에서 정년퇴직한 청소노동자 일자리를 시간제 근무로 바꾸고 있는 데에는 재정 악화 상황도 반영됐다. 이들 대학은 용역회사와 계약하고 청소노동자를 정년 70세까지, 종일근무로 고용해 왔지만 이 조건으로 고용을 지속하기 어려워졌다. 수년간 정년 퇴직자에 한해 고용 형태를 바꿔 왔으나 올해 유독 청소노동자 이슈가 부각되는 것에 대해 당황스러워하고 있다.
D대 관계자는 “정년을 늦추고 시급도 최저임금보다 높게 책정해 왔다”며 “교수 및 교직원도 정규직 채용이 어려운 형편인데 정부에서 대학까지 찾아와 압박을 하니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 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교육부가 등록금 동결, 입학금 폐지 같은 ‘보여 주기식 정책’에 치중하면서 “‘곳간’ 빈 대학들을 예산으로 손쉽게 길들이려 한다”는 비판도 나온다. 학령인구 감소로 인해 ‘대학 위기’가 불 보듯 뻔한데 자체 재정 사업을 할 수도, 대학 문을 닫을 수도 없는 대학들은 정부 지원에만 매달릴 수밖에 없다.
“손발을 꽁꽁 묶어 놓은 채 대학은 글로벌 대학이 되라는 것이냐”는 사립대의 불만에 교육부 관계자는 “대학이 좋은 시절에 비해 어려운 것이지 재정 상황을 자세히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는 반응을 보였다. 적립금을 수백억, 수천억 원씩 쌓아 두고 일자리부터 줄인다는 비판에 대해 D대 관계자는 “적립금이 쌓여 있다고 하는데 이는 목적이 정해진 돈으로 일반 운영비로는 쓸 수 없다”며 “적립금을 헐어 쓰는 곳도 있다. 문 닫고 싶은 대학이 많을 것”이라고 전했다.
반면 학령인구 감소와 4차 산업혁명 등 교육환경 급변으로 대학들도 ‘외형 경쟁’에만 치우쳐서는 안 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서울의 한 대학교수는 “강의실 없이 강의가 가능한 시대인데 적립금을 쌓아만 둘 것이 아니라 미래에 투자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고민이 있다”고 말했다.
한편 22일 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청소·경비근로자 전원을 직접 고용한 삼육대를 방문해 “최저임금 인상 정책은 사회 양극화 문제 해소와 지속 가능한 성장, 3만 달러 시대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선결과제”라고 말했다. 삼육대가 직접 고용한 청소노동자는 16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