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30년 가격변화로 예측해보니 신도시-구제금융-보금자리 등 공급확대-외부충격때 대폭 하락 세제 등 대책은 영향 크지 않아
올 들어 인터넷 부동산 투자 카페에는 하루 10여 건씩 이런 질문이 올라온다. 직장인들의 회식 자리나 주부 모임에서도 빠지지 않는 주제다. 가파른 집값 상승세에 ‘추격 매수’를 고민하면서도, 보유세 인상·재건축 규제 등 정부의 강력한 부동산대책에 선뜻 투자를 하지 못하는 사람이 많다. 동아일보는 최근 30년간 서울 집값의 연간 상승률 추이를 바탕으로 앞으로의 시장 움직임을 전망했다.
○ 30년간 3차례 온 ‘대세 하락기’
이들 ‘대세 하락기’는 외환위기, 글로벌 금융위기 등 거시경제 침체기에 주로 찾아왔다. 신도시가 생기거나 저렴한 공공주택이 대규모로 공급된 시점에도 하락 장세가 뚜렷했다. 노태우 정부 때였던 1991∼1993년이 대표적이다. 당시 정부가 ‘주택 200만 채 공급’을 목표로 건설한 신도시 5곳이 완공됐다.
두 번째 하락기는 외환위기 때였다. 한국이 국제통화기금(IMF)에 구제금융을 신청한 이듬해인 1998년 서울 집값이 14.6% 빠졌다. 대규모 실업과 가계소득 감소 여파가 주택 수요 급감으로 이어진 결과였다.
세 번째 하락기였던 2010년대 초반에는 글로벌 금융위기와 공공주택 공급 확대라는 재료가 겹쳤다. ‘반값 아파트’로 불린 보금자리주택이 2010년 입주를 시작한 것이다. 이들 주택은 서울 서초구 등 인기 주거지를 중심으로 2010∼2013년 1만6412채 지어졌다.
반면 세제(稅制) 개편, 대출 규제 등 수요 억제에 초점을 둔 정책들은 즉각적인 집값 하락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10여 차례의 부동산대책을 내놓았던 노무현 정부(2003∼2007년) 때 서울 아파트 값은 52.9% 상승했다. 특히 2005년 정부는 종합부동산세 대상을 공시지가 9억 원에서 6억 원으로 낮추는 내용 등을 담은 8·31부동산대책을 발표했지만 이듬해 강남구 매매가는 27.7% 급등했다.
정부가 최근 3년여 동안 발표한 부동산대책들 역시 아직 서울 집값을 끌어내리지는 못하는 모습이다. 2015∼2017년 서울 아파트 값은 매년 4% 이상 상승세를 이어갔다.
이 같은 움직임이 올해 상반기(1∼6월) 내내 이어진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예상이다. 박상언 유앤알컨설팅 대표는 “강남권에 진입하려는 수요는 여전히 많은 반면 재건축 아파트 전매 규제 등이 강화되며 ‘매물 품귀’ 현상이 더욱 심해졌다”며 “6월 지방자치단체장 선거도 있어 한동안 집값이 반락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 정부 규제-금리 인상도 본격 약발 먹힐듯 ▼
하반기(7∼12월)에는 상승 폭이 둔화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금리 인상 등으로 경기가 전체적으로 둔화될 수 있는 데다 새 아파트 입주 물량도 크게 늘어나기 때문이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지난해 2만7160채였던 서울 아파트 입주물량은 올해 3만4903채로 28.5% 늘어난다. 내년 공급량은 3만8503채로 더욱 많다.
다만 급격한 집값 하락을 염려해 서울에서의 내 집 마련 시기를 미룰 필요는 없다는 게 중론이다. 정부의 추가 규제 발표 등에 따라 집값 상승률이 수개월 이상 보합세를 이어갈 수는 있지만 내림세로 돌아설 가능성은 낮다는 것이다. 양지영 R&C연구소장은 “다주택자 규제에 해당되지 않는 무주택자는 자금 여력이 된다면 원하던 주택을 필요한 시점에 사도 좋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반면 다주택자에 대해서는 “보유세 등이 인상될 경우 예상만큼 매매차익을 실현할 수 없을 것”이라며 “정부의 다주택자 대상 추가 규제가 나온 뒤에 매수를 결정해도 늦지 않다”고 말했다.
천호성 기자 thousan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