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민들 “안전보장 안된 미얀마 못가”
찬성했던 캠프 지도자들 연쇄 피살
방글라 “문제 해결 안됐다” 송환 연기

AFP통신 등에 따르면 22일 미얀마 접경 방글라데시 콕스바자르에 있는 발루칼리 난민캠프의 로힝야족 지도자 유수프 알리가 캠프 내에서 흉기에 찔려 숨진 채 발견됐다. 현지 언론은 그가 난민 송환에 찬성하는 입장이었다고 전해 그의 피살에 송환 반대 세력이 개입했을 가능성을 시사했다.
로힝야족 지도자의 피살이 처음은 아니다. 콕스바자르의 또 다른 난민캠프인 타즈니마르고나 캠프 지도자였던 무함마드 유수프도 19일 괴한에게 목숨을 잃었다. 유수프의 부인은 “마스크를 쓴 무장 괴한 20명이 집에 쳐들어와 남편의 입안으로 총을 쐈다”며 “그들은 로힝야족 말을 했는데 남편에게 ‘왜 내 이름을 리스트에 올렸느냐’며 화를 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로이터통신은 로힝야족 지도자들이 최근 방글라데시 군인들로부터 로힝야족 난민 중 미얀마로 송환할 리스트를 제출하라는 협박을 받았다고 전했다.
하지만 방글라데시 정부는 22일 “로힝야족 송환 개시일을 잠정 연기한다”고 밝혔다. 아불 칼람 방글라데시 난민 송환 담당자는 “본국 송환은 난민의 자발적 의사에 따라 이뤄져야 한다. 아직 많은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다”고 송환 연기 이유를 설명했다.
그동안 송환 개시일이 다가오면서 로힝야족의 불만이 표출돼 왔다. 대다수 로힝야족은 미얀마 시민권과 안전이 보장되기 전까지는 돌아가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ARSA는 20일 성명에서 “본국으로 송환된 난민들을 임시수용소에 한두 달간 머물게 한 뒤 원래 살던 곳으로 돌려보내겠다는 미얀마 정부의 얘기는 기만적이고 사기꾼 같은 제안”이라고 강하게 비난했다.
미얀마는 로힝야족을 불법 체류자로 보고 시민권을 발급하지 않아왔으나 신원확인 절차를 거친 난민에 한해 시민권을 신청할 수 있도록 최근 방침을 바꿨다. AP통신은 22일 “유혈 사태로 피신한 약 500명의 힌두교도와 시민권을 획득할 수 있다고 기대하는 소수의 로힝야족은 미얀마로 돌아갈 수도 있다”고 전했다.
한편 로힝야족 사태가 올해에도 출구를 찾지 못하면 방글라데시 로힝야족 난민캠프가 지하디스트(이슬람 성전주의자) 양성소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9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ARSA의 미얀마 공격은 (민족 보호를 이유로) 무력 사용을 정당화한 사례”라며 “사태가 지속되면 로힝야족이 새로운 글로벌 지하디스트가 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위은지기자 wiz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