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2일(현지 시간) 외국산 세탁기와 태양광 전지·모듈에 대해 앞으로 4년간 15∼50%의 고율 관세를 부과하는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조치)를 발동했다. 이번 조치로 당장 올해부터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한국산 세탁기의 120만 대 이하 물량에 대해서는 20%, 초과 물량은 50%의 관세가 부과된다. 고율 관세가 부과되면 미국 내 소비자 가격도 상승해 가격 경쟁력을 잃을 수밖에 없다. 세탁기와 태양광 제품에 이어 다른 수출품에도 미국의 보호무역 조치가 취해지면 한국 기업의 수출은 큰 위기를 맞게 된다.
미국이 16년 만에 내놓은 이번 조치는 트럼프발(發) ‘글로벌 무역전쟁’의 신호탄으로 봐야 한다. 무역적자국인 한국과 최대 무역적자국인 중국을 겨냥한 무역 보복이 더욱 강화될 공산이 크다. 중국을 겨냥해서는 환율조작국 지정과 지식재산권 도용에 대해 보복 관세를 부여할 수 있는 미 통상법 301조 적용 여부도 검토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2020년 재선을 염두에 두고 자국 산업 보호를 통한 지지층 결집에 나설 가능성이 큰 만큼 미국의 보호무역 조치는 장기전이 될 것이다.
김현종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은 어제 민관 긴급대책회의를 열고 “이번 미국의 조치는 세계무역기구(WTO) 협정에 위배된다”며 WTO에 제소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판결이 나오기까지 최소 2년 이상이 걸려 한국 기업의 피해는 불가피하다. 현재 진행 중인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개정 협상에서 한국산 자동차에 관세가 부활하는 최악의 상황도 배제할 수 없다. 더구나 한국은 미중 간의 무역전쟁에서 불똥이 튈 가능성에도 대비해야 한다. 국가 안보에 위협을 줄 수 있는 수입 활동을 제한하는 미 통상법 232조 적용도 1월 중으로 결정될 것이다. 중국이 주 타깃이지만, 한국산 알루미늄과 철강제품도 직접적인 타격을 입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