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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과 놀자!/환경 이야기]작지만 강력한 생명의 텃밭, 비오토프

입력 | 2018-01-24 03:00:00

학교 안에 생태연못을 가꾸자




키홀 가든

대부분의 사람이 자연을 가까이 하면서 사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도시에 사는 사람들의 현실은 그렇지 못합니다. 화분이나 텃밭을 가꾸면서 이러한 욕구를 충족하고 있죠. 학교에서도 텃밭, 생태연못 등을 가꾸는 것을 교육으로 연계하기도 하는데 작은 규모에서 생물들이 살 수 있게 하는 것을 비오토프(biotope)라고 해요. 비오토프는 생물을 뜻하는 그리스어 ‘bio’와 장소를 뜻하는 ‘topos’에서 유래했어요.

흔히 볼 수 있는 비오토프는 앞서 말한 생태연못이나 텃밭이 있는데, 여기는 식물만 자라는 것이 아니라 벌이나 나비가 날아들고 땅속에는 작은 미생물이 살게 되어 여러 생물이 모여 사는 작은 서식지가 생성되죠.

생태연못이나 텃밭보다 재미있는 비오토프가 있어요. 먼저 키홀 가든(keyhole garden)을 소개해보죠. 보통 지름은 2m 정도의 원형 텃밭에 벽돌이나 돌로 벽을 1m 정도 쌓아 올립니다. 여기에 부채꼴로 길을 만들어 텃밭 중심까지 접근할 수 있어요. 그리고 위가 뚫린 바구니를 설치해요. 이 모양이 열쇠 구멍같이 생겨서 키홀 가든이라고 해요. 이 원통 안으로 음식쓰레기를 넣으면 식물들이 자라는 데 필요한 양분이 됩니다.
 


 
근채류(뿌리를 먹는 작물)나 엽채류(잎을 먹는 작물)를 주로 재배해요. 식물의 특성을 살려 서로 성장에 도움이 되도록 엽채류와 근채류를 섞어짓기 하기도 해요.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조밀하게 심어요. 토마토나 호박같이 뿌리가 넓게 퍼지는 식물들은 얽혀서 잘 자라지 않을 수 있어요. 다음은 키홀 가든에 심으면 적당한 작물과 그렇지 않은 작물이에요.<표1>
 


 
키홀 가든은 아프리카에서 시작되었는데 노약자나 병든 사람이 허리를 굽히지 않고 손쉽게 채소를 키울 수 있게 디자인 되었어요. 이후 미국 텍사스처럼 건조한 지역에서도 만들었고,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일부 지역에서 시도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더 효율을 높이려면 지렁이를 키우면 일석삼조가 될 것입니다. 음식쓰레기를 지렁이가 먹고 부지런히 양질의 비료인 분변토를 만들어 내기 때문이에요. 키홀 가든은 기존의 텃밭에 비교하면 다음과 같은 장점이 있어요.<표2>


다음으로 아쿠아포닉스(aquaponics)가 있어요. 아쿠아포닉스는 어항과 수경재배를 결합한 것인데요, 하나의 통합된 시스템에 물고기와 식물을 같이 키우는 것이에요. 대개 위에는 수경재배, 아래는 어항을 배치합니다. 어항에서 생성된 물고기 배설물을 펌프를 이용해서 식물에게 공급해 양분을 제공하고 식물들은 어항으로 내려보낼 물을 여과합니다. 이 시스템에는 세 번째 생물이 있는데, 그것은 미생물이에요. 어항 속에 사는 박테리아는 물고기의 배설물에 있는 암모니아를 질산염으로 변환시켜요. 이 질산염은 식물이 흡수하여 성장하는 데 도움이 돼요.

美 ‘더 플랜트’의 아쿠아포닉스

아쿠아포닉스를 건물 전체에 만든 곳도 있어요. 미국 시카고에 있는 ‘더 플랜트(The plant)’라는 곳인데요, 운영은 ‘플랜트 시카고(Plant Chicago)’라는 비영리단체가 하고 있어요. 원래 이곳은 돼지고기를 가공하던 공장이었는데, 넓이는 8686m² 정도예요. 지역의 학교 4곳과 협력을 맺어 과학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고 소정의 교육비를 지불하면 일반인이나 학생들도 교육을 받을 수 있어요.

이 건물 자체가 교육 프로그램의 소재가 됩니다. 이 건물은 외부와 단절된 에너지 순환체계를 가지고 있어요. 동물의 배설물, 음식쓰레기 등은 미생물을 이용하면 산소공급 없는 혐기성 분해가 이루어집니다. 그 결과 발생한 바이오 가스(메탄)를 이용해 전기를 생산해요. 이 전기는 아쿠아포닉스를 유지하는 데 사용됩니다. 콤부차(Kombucha)를 키우기도 하는데요, 콤부차를 이용한 발효음료는 우리나라에서는 현대그룹 창시자인 ‘정주영 차’로 알려진 유명한 건강식품이기도 해요. 콤부차는 우리나라에서는 홍차버섯이라고 하는데 실제로는 버섯이 아니라 효모 세포와 미생물이 엉켜 있는 모양이 버섯 같아서 붙여진 것이에요. 그리고 이곳에서 생산된 것들을 판매하는 시장이 열리기도 합니다.

아쿠아포닉스

키홀 가든이나 아쿠아포닉스를 학교에서 만들어보면 어떨까요. 음식쓰레기를 지렁이가 처리해서 분변토를 만들고 채소가 이것을 먹는 과정을 관찰할 수 있는 키홀 가든과 물고기가 만들어낸 배설물로 수경재배를 하는 아쿠아포닉스는 좋은 학습교구가 될 수 있어요. 여기에 아두이노를 이용해 토양이나 물의 산도, 온도 등을 측정하고 이 데이터를 클라우드로 보내 앱으로 모니터링을 할 수 있게 만든다면, 그리고 이런 시스템을 전국적으로 설치하면 어떨까요. 그렇게 축적된 데이터는 교육자료뿐만 아니라 훌륭한 학술적 가치가 있을 것이에요.
 
이수종 상암중 교사·환경교육센터 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