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거 가져오란 말, 피해자에 상처”… 사과 뜻 밝히며 재차 옹호해 뒷말
교회 내 성추문 은폐 의혹을 받고 있는 성직자를 두둔하는 발언을 했다가 논란에 휩싸인 프란치스코 교황이 결국 사과했다.
교황은 22일(현지 시간) 칠레와 페루 순방을 마치고 로마 교황청으로 돌아가는 비행기 안에서 “(증거를 가져오라는 표현이) 피해자들의 마음에 상처를 줬다”며 “의도한 것은 아니었다. (피해자들을) 다치게 해 사과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사과와 함께 문제의 성직자를 옹호하는 발언을 또다시 덧붙여 잡음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18일 칠레에서 일정을 진행 중이던 프란치스코 교황은 동료 사제의 성범죄를 은폐했다는 의혹을 받아온 후안 바로스 마드리드 신부(현 칠레 오소르노 교구 주교)를 여전히 지지하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바로스 신부가) 잘못했다는 증거는 하나도 없다. 이건 비방이다”라고 말했다가 칠레 신자들의 격렬한 비판에 직면했다. 바로스 신부는 1980년대 아동 성추행으로 2011년 교황청으로부터 ‘기도와 속죄의 삶’ 처벌을 받아 사제직에서 은퇴한 페르난도 카라디마 신부의 범죄를 알고도 숨겼다는 의혹을 꾸준히 받아 왔다.
뉴욕타임스(NYT)는 “교회 발전에 필요한 교황의 도덕적 권위와 세계적 인기가 약화되고 있다는 지지자들의 우려가 있다”고 22일 전했다. 같은 날 칠레 산티아고의 한 성당은 화염병 공격을 받았다. 피해자는 없었다. AP통신은 “교황의 ‘증거 요구’ 발언이 칠레인들을 격분하게 만들었다”며 교황이 칠레를 방문하기 전인 12일부터 이날까지 12곳이 넘는 교회가 화염병 공격을 받았다고 전했다.
한기재 기자 recor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