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남미 홍익대 국어교육과 교수
최근 신문에 실린 기사문이다. 밑줄 친 ①, ②에 주목하면서 오류를 찾아보자.
김제시 한 주택에서 불이나 아버지와 아들이 ①숨졌다.
소방당국 등에 따르면 이날 오후 7시 24분께 김제시 한 단독주택에서 불이나 안모 씨(58)와 아들(26)이 ②운명을 달리했다.(후략)
아래 문장이 올바른 문장으로 해석될 수도 있다.
두 사람이 운명을 달리했다.(△)
하지만 뜻은 밑줄 친 ②처럼 두 사람이 모두 죽었을 경우에는 쓸 수 없다. 누군가가 언제 태어나서 언제 어떤 일을 겪고 어떻게 죽는가가 정해져 있다고 쳤을 때 우리는 이를 ‘운명’이라 말한다. ‘운수’나 ‘운’과 비슷한 말로 쓰이는 것이다.
이 의미를 그대로 위 기사에 적용해 보자. ②는 아버지와 아들의 운명이 다르게 되었다고 해석되어야 한다. 둘 중 한 사람은 살아났다는 의미로 해석된다는 것이다.
‘운명’이라는 단어는 동음이의어다. 음이 같고 의미가 다른 단어가 두 개라는 말이다.
운명(運命): 이미 정해져 있는 삶과 죽음에 관련된 처지.
운명(殞命): 사람의 목숨이 끊어짐.
위에서 죽음과 관련된 의미는 ‘운명(殞命)’으로 ‘사망’과 같은 뜻이다. 이 단어는 ‘달리하다’라는 말을 덧붙일 필요 없이 ‘죽음’을 의미한다.
운명(運命): 이미 정해져 있는 삶과 죽음에 관련된 처지.
운명(殞命): 사람의 목숨이 끊어짐.
어젯밤에 유명을 달리하셨습니다.
유명(幽明)은 이승과 저승을 함께 가리키는 말이다. 그러니 ‘유명을 달리하다’는 이승세계에서 저승세계로 갔다는 의미가 되는 것이다. 이 말은 ‘운명하다’처럼 ‘유명하다’라고 표현할 수 없다. ‘달리하다’라는 말이 같이 붙어야 죽음을 의미하는 ‘운명하다’와 같은 의미가 될 수 있는 것이다.
김남미 홍익대 국어교육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