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현.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정현(22·한체대·삼성증권 후원·세계랭킹 58위)의 ‘뜨거운 불꽃’이 호주오픈 남자단식 4강 고지마저 집어삼켰다. 4대 메이저대회(호주오픈·프랑스오픈·윔블던·US오픈) 4강 진출은 한국테니스 사상 최초다. 아시아선수로는 1932년 사토 지로(일본) 이후 무려 86년만의 호주오픈 남자단식 4강 합류다.
정현은 24일 호주 멜버른 로드레이버아레나에서 열린 호주오픈 남자단식 8강전에서 테니스 샌드그렌(미국·97위)을 세트스코어 3-0(6-4 7-6<7-5> 6-3)으로 완파했다. 이로써 정현은 ‘테니스 황제’ 로저 페더러(스위스·2위)와 4강전에서 만난다. 호주오픈 5회 우승을 포함해 메이저대회 19회 우승에 빛나는 37살 베테랑 페더러는 정현과 드디어 첫 맞대결을 펼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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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현의 불꽃 앞에 세계랭킹 97위로 호주오픈 8강까지 올라온 샌드그렌도 작은 소용돌이로 잦아들었다. 첫 세트부터 출발이 좋았다. 정현은 1-1 상황에서 샌드그렌의 서비스 게임을 브레이크하며 앞서나갔다. 이후 자신의 서비스 게임을 악착같이 지켜내 6-4로 기선제압에 성공했다. 2세트에는 포핸드 에러가 늘면서 잠시 주춤했다. 샌드그렌의 공격적인 네트 플레이에 잇달아 실점하며 3-5까지 몰렸다. 그러나 곧 위기관리능력을 발휘했다. 샌드그렌의 서비스 게임을 브레이크해낸 뒤 6-6까지 몰고 가 승부를 타이브레이크(게임이 듀스일 경우 12포인트 중 7포인트를 먼저 획득한 선수가 승리하는 경기단축시스템)로 연장했다.
3세트는 기세를 탄 정현의 ‘쇼타임’이었다. 상대 코트 구석구석을 찌르는 백핸드로 샌드그렌을 손쉽게 요리하며 최종 6-3으로 경기를 마무리했다. 경기 후 진행된 ‘온 코트 인터뷰’에서 정현은 “현지에서, 또 멀리 고국에서 나를 응원해주시는 한국 팬들에게 정말 감사하다. 아직 경기가 끝난 게 아니다. 계속 많이 응원해달라”고 말했다. 정현은 26일 오후 5시30분(한국시간) 로드레이버아레나에서 페더러를 상대로 결승행 티켓에 도전한다. 이미 정현은 즈베레프(독일·4위)와 전 세계랭킹 1위 조코비치(세르비아·14위)까지 이겼다. 정현은 다시 한번 세상을 놀라게 할 의욕으로 충만하다.
장은상 기자 awar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