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영업자 美보다 4배 많은 한국, 최저임금 인상이 옳고 좋으니 힘들어도 따르라는 정책은 천사가 되라는 것과 마찬가지다 당위성만 앞세우는 진보정치, 문제 터지면 우왕좌왕해서야 정부다운 정부라고 할 수 있나
김병준 객원논설위원 국민대 교수
먼저 정부의 문제다. 최저임금을 인상하자면 유난히 많은 한국의 자영업자나 소상공인 문제부터 깊이 고민했어야 했다. 자영업자는 고용인구의 26%로 미국의 6∼7%나 독일과 일본의 10∼11% 등과 크게 차이가 난다. 이들 나라 같으면 하나 있을 가게가 3, 4개 있다는 뜻이다. 서로가 서로를 죽이는 상황, 이들의 임금지불능력이 높을 수 없다.
왜 이렇게 많을까? 산업이 이들을 고용으로 흡수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업안전망과 평생교육체계라도 잘 갖춰져 있으면 실업상태에서 재취업을 위한 기술을 익히며 미래를 준비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건 다른 나라의 이야기. 우리는 그렇지 못하다. 먹고살자면 되건 안 되건 뭐라도 시작할 수밖에 없는 것이 우리의 형편이다.
그런데 그런 것 같지가 않다. 문제에 대한 인식이나 분석보다 당위가 앞섰다. 즉, 그냥 해야 될 일이니 한다는 식으로 시작했다가 문제가 심각해지자 허둥대고 있다. 뒤늦게 대책을 쏟아 놓는가 하면, 장차관 등이 설득하겠노라 현장을 찾아 법석을 떠는 게 그런 것 아니겠나.
설득과 대책의 내용도 그렇다. 크게 두 가지다. 먼저 그 하나는 좋은 일이고 해야 될 일이니 어렵더라도 이해해 달라는 것이다. 일면 사람보고 천사가 되어 달라는 말, 목사나 스님이 할 ‘말씀’이지 정부가 할 말은 아니다.
또 하나는 소상공인 등 임금부담이 커진 사람들에 대한 지원을 늘리고, 임대료 등 이들을 힘들게 하는 부분은 규제를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오래 지속할 수 없을뿐더러 시장을 왜곡할 가능성이 크다. 이 역시 그리 높은 수가 아니다.
야당 쪽도 한숨이 나오기는 마찬가지다. 정부를 비판하지만 막상 자신들은 저소득 근로자의 소득향상이나 내수활성화를 위한 방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이들 역시 문제의 구조를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지조차 의문이다.
한쪽, 즉 정부는 여기저기 당위성을 앞세운다. 진보정치의 특성이 그대로 옮겨졌다. 비정규직은 없어져야 하고 가상화폐 거래소는 폐쇄되어야 하고 어린이 영어교육은 막아야 한다. 실현가능성과 지속가능성은 그 뒤의 일이다. 옳은 일이니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다 문제가 생기면 그때서야 우왕좌왕한다. 한마디로 정부답지 못하다.
다른 한쪽, 즉 야당들은 대안 없이 비판한다. 늘 하는 이야기이지만 일반 관중은 공을 찰 능력이 없어도 선수를 비판할 수 있다. 그러나 프로 선수는 다르다. 비판에 앞서 스스로 잘 차는 방법을 일러줄 수 있어야 한다. 정당도 프로고 정치인도 프로다. 그래서는 안 된다.
“누굴 믿고 살아야 하나요?” 강연 끝에 청중 한 사람이 물었다. “각자도생, 스스로 살아남으세요.” 청중이 ‘와’ 하고 웃었다. 냉소가 섞였다고 생각한 모양이었다. 다시 진지하게 말했다. “각자 처해진 상황을 분석하고, 바꿀 수 있는 모든 것을 바꾸고, 그렇게 살아남아야 합니다. 각자도생의 이런 혁신이 모여 이 사회와 이 나라의 경쟁력이 됩니다.”
다소 무거워진 청중을 보며 말을 맺었다. “살아남았다 싶으면 한발 앞으로 나와 공동체를 생각하세요. 바로 옆 사람과 이웃의 손을 잡으세요. 그리고 더 잘 살게 되면 또 한발 앞으로 나와 나라 걱정을 하세요. 그러나 우선은 각자도생, 스스로 어떻게든 살아남으세요.”
김병준 객원논설위원 국민대 교수 bjkim36@dau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