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땀 응원합니다]<12> ‘아덴만 영웅’ 석해균 선장이 봅슬레이 원윤종에게
‘아덴만의 영웅’ 석해균 선장이 봅슬레이 국가대표 원윤종에게 전하는 응원 메시지 보드를 들고 왼 주먹을 쥐며 선전을 기원하고 있다. 2011년 당시 총상을 입고 신경이 마비됐던 석 선장의 왼손은 끈질긴 재활로 상태가 많이 호전됐다. 창원=김배중 기자
‘아덴만의 영웅’ 석해균 선장(66)이 한국 봅슬레이 국가대표 파일럿이자 평창 겨울올림픽 한국선수단 기수를 맡은 원윤종(33·강원도청·사진)에게 응원의 메시지를 전했다. 소말리아 해적들에게 납치돼 6발의 총상을 입고 죽을 고비를 맞았지만 기적처럼 이겨낸 경험을 올림픽이라는 큰 무대를 앞둔 원윤종에게 건네며 선전을 바랐다.
2016년 2월 독일 쾨니히세에서 열린 국제봅슬레이스켈레톤연맹(IBSF) 8차 월드컵 대회에서 1위로 결승선을 통과한 뒤 두 손을 번쩍 치켜든 봅슬레이 2인승의 간판 원윤종(앞). 2015∼2016 시즌 원윤종-서영우 조는 세계랭킹 1위를 기록했다. 동아일보DB
2014년 소치 겨울올림픽에 출전해 18위에 오르며 가능성을 보여준 원윤종과 서영우는 2015∼2016시즌 들어 잠재력을 폭발시켰다. 월드컵 1, 2, 4차 대회 동메달을 획득한 그는 5, 8차 대회 1위에 올랐다. 그해 세계랭킹 1위는 원윤종과 서영우의 몫이었다.
빛이 있다면 그림자도 있는 법. 2016∼2017시즌 세계랭킹이 두 계단 하락한 원윤종 콤비는 지난해 세계선수권 대회에서는 21위라는 성적표를 받아들어야 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지난해 10월 원윤종은 훈련 도중 봅슬레이 전복 사고로 어깨와 허리에 부상까지 당했다. 2017∼2018시즌 1∼3차 대회에서 10위, 13위, 6위에 그치는 등 부진하자 시즌을 접고 올림픽 경기가 열릴 평창에서 수백 번 연습주행을 하며 ‘올림픽 대비’에 들어갔다. 홈 이점이 큰 봅슬레이 종목의 특성을 고려한 전략이다.
한국선수단 기수가 된 원윤종에게 석 선장은 “봅슬레이 캡틴이 대표팀의 리더이자 얼굴이 됐다”며 기뻐했다. 선박을 이끌고 바다를 누비던 때를 회상하던 그는 “어느 조직이든 리더가 바로 서야 전체가 잘 돌아간다”라며 “어깨가 좀 더 무거워진 만큼 경기장 안팎에서 대한민국을 위해 솔선수범해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원윤종의 몸 상태를 잠시 걱정했지만 부상과 부진은 반드시 극복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석 선장은 “다쳤던 순간을 생각하며 인상을 찡그리면 아무것도 할 수 없더라. 늘 긍정적인 생각, ‘올림픽에서 금메달 딸 수 있다’ 이런 즐거운 생각을 하라”고 말했다. 또한 “뛰다 한번 넘어졌으니 이제 다시 일어나서 뛸 일만 남은 거다. 여기 넘어졌다 다시 일어나 뛰고 있는 나도 있지 않나”라고 말하며 미소를 지었다.
창원=김배중 기자 wanted@donga.com